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정책 등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칼렉시트(Calexit)'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칼렉시트는 캘리포니아(California)와 '탈퇴(Exit)'를 합성한 말로, 캘리포니아주의 미국 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을 뜻하는 신조어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다양한 인종의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주 정부 차원에서 노골적인 반(反) 트럼프 움직임을 보여왔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4일(현지시각)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이 전날 내린 미국 전역에서의 반이민 행정명령 집행중지 결정에 맞서 행정명령의 효력을 회복해 달라던 미국 법무부의 긴급요청을 기각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상원 정책위원회가 케빈 디 리언 민주당 의원이 발제한 불법체류자 보호 법안인 '캘리포니아 가치법'도 승인했다.

이 법은 캘리포니아 주 경찰국과 관할 지방자치단체 경찰국이 휘하 경찰을 연방 이민법 유지에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불법체류자 강력 단속을 위해 지역 경찰에 이민 단속 권한을 주겠다던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또 이달 1일에는 UC버클리에서 학생 1500여명이 트럼프의 인종 차별주의적 정책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여 학교가 일시에 폐쇄되기도 했다.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시가지에서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반 트럼프' 집회를 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주에 대해 "여러 면에서 통제 불능이다. 웃기는 일로, 범죄를 키우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방 정부의 이민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에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연방 정부는 캘리포니아주에 엄청나게 많은 돈을 지원했는데, 캘리포니아주는 알다시피 여러 면에서 통제 불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으름장이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캘리포니아의 인구는 3900만명으로 미국 주에서 가장 많은 주이며, 캘리포니아주의 세수가 연방에서 받는 지원금보다 많기 때문이다. 구글 애플 등 거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도 여기 둥지를 틀고 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의 총생산(GDP)은 세계 6위 규모로 프랑스나 인도보다도 많았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국세청과 비영리 세금 재단의 2014회계연도 자료를 보면 캘리포니아주의 연방 지원금 의존율은 26%로 전체 50개 주 가운데 43번째로 낮다.

트럼프와 캘리포니아주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자,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시작된 '칼렉시트' 청원 운동도 재점화하고 있다.

우버 초기 투자가인 이란계 벤처사업가 셔빈 피셔바가 '예스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으로 연방 탈퇴 주장을 트위터에 올리자 호응하는 사람들의 서명이 잇따르고 있다. 뉴스위크는 "지진 말고는 약점이 없는 캘리포니아와 트럼프의 싸움이 시작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