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과 이동통신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초창기 휴대폰과 통신사의 TV 광고는 '잘 터진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극적인 내용을 섞어 많은 유행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후 휴대폰 기능이 좋아지면서 기능성을 강조하는 한편, 감성이 더해지며 TV 광고도 많이 변화했다.

우리의 기억 한편에 남아 있을지 모를 휴대폰·통신사의 TV 광고를 시대별로 모아봤다.

['통신사' 연도별 대세 광고 스타]

['휴대폰' 연도별 대세 광고 스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1996년,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이동통신사의 광고카피다. 1990년대는 언제 어디서나 전화가 터진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당시에는 전화가 '안 터지는' 곳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휴대폰을 사용할 때 통신사의 선택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통신사는 통신망을 늘리고 통화 품질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홍보하는 한편, 휴대폰 광고는 휴대폰의 기능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본부! 본부!" (1997)

이른바 안성기의 '본부폰'이라고 불린 삼성 애니콜 광고. 음성 자동 다이얼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 같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 배우 안성기가 "본부! 본부!"라고 외치면 전화가 연결되는 설정이다.

"짜장면 시키셨죠?" (1997)

당시 최고의 스타 김국진이 나와서 특유의 말투로 "파워 디지털 017! 이게 예사롭지 않다는데, 여기서 한 번 걸어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곧바로 개그맨 이창명이 부리나케 철가방을 들고 와서 "짜장면 시키셨죠?" 하고 묻는다.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1998)

쉼없이 이미지와 글자가 나오는 광고와 달리, 대나무를 걷는 두 사람의 모습만을 비춘다. 낮게 깔리는 한석규의 음성이 깔리며 광고가 끝이 난다. 당시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고 가정이 붕괴되던 1998년, 이 광고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작고 가볍고~" "끊어" (1997~1999)

PCS(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s)폰에 기능이 추가되면서 기능을 강조한 광고들이 줄을 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젊지만 약간은 촌스러운 박진영을 만날 수 있는 엘지 싸이언 PCS광고와, 잘못한 남친에게 "끊어"라며 매몰차게 끊는 가수 박지윤의 애니콜 광고가 있다.

"잘 자, 내 꿈 꿔~" (1999)

당시 모든 연인과 '썸'타는 남녀에게 최고의 유행을 일으킨 이 광고에는 당대 상큼했던 시절의 배우 이정현과 가수 조성모가 등장한다. 곰인형 선물을 준비한 남자를 옆에 두고 "잘 자~ 내 꿈꿔~"를 외치는 여자. 남자는 시무룩한 채 돌아간 집에서 러브레터를 확인한다. 'n016'의 음성 이메일 서비스 광고였다.

휴대폰 광고는 2000년대부터 역동적으로 변했다. 흑백에서 컬러 화면이 도입되면서, 광고에서는 급격하게 진화된 휴대폰 성능을 알렸다. 인터넷 탑재로 통신이나 채팅은 물론 영화감상,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되고,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터치스크린이 도입됐다. 2007년에는 아이폰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대중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에 맞춰 TV광고는 감성적인 음악과 댄스가 결합된 뮤직비디오까지 등장했다. 제품과 휴대폰 자체 브랜드 광고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나 영화 등을 패러디한 소재도 등장했다. '롤리팝'이나 '애니모션', '초콜릿폰'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스무살의 011" (2000)

우리나라 최초의 티저광고라고 불리는 TTL 광고. 임은경이라는 신인이 기묘하고 무섭기까지한 배경에서 외치는 '스무살의 011, TTL'이라는 광고 카피는 강렬했다.  하얀 배경에 토마토를 던지는 광고에서는 임은경은 몽환적이고 이국적인 미모로 시선을 끌었고, 당시 TTL에 대한 전폭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어디야? 작업 중이야" (2003)

가수 이효리의 모습을 배우 이서진이 열심히 찍는다. 그당시 획기적인 기능인 130만 화소의 카메라를 강조하기 위한 광고. 여자친구의 "어디야?" 질문에 많은 남자들이 "작업 중이야"라고 하는 등 유행어를 낳았다.

"같이 들을까?" (2003)

지금은 사라진 휴대폰 브랜드 '스카이'의 슬라이드 뮤직 폰. 당대 최고의 꽃미남 아이돌 '태사자'의 박준석이 출연해 춤을 추고, 여성에게 다가가 같이 음악을 듣는다. 배경으로 나오는 음악까지 덩달아 유명세를 탔다.

"애니 모션" (2005)

15초 안팎의 여느 광고와 달리 7분이 넘는다. 가수 이효리와 에릭이 직접 부른 '애니모션'이라는 노래를 배경으로 하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이 광고로 핸드폰뿐 아니라 배경음악으로 쓰인 노래까지 인기를 끌었다.

맷돌춤 (2006)

전설로 남아있는 '맷돌춤'. 한 남자가 등장해 컴퓨터 합성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한 '목 돌리기' 춤을 선사한다. 당시 신인배우였던 박기웅이 발탁됐고, 이 광고로 박기웅은 스타덤에 올랐다. 스카이의 이전 광고에서 배출된 이기용, 김아중 등을 이었다.

"김태희도 춤추게 하는 TV" (2007)

김태희의 '파격적 댄스'로 유명세를 탔다. 김태희는 샤인TV폰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가볍게 몸을 흔드는가 싶더니 이내 리듬을 타며 섹시한 힙 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귀여운 올챙이 춤부터 섹시한 웨이브 댄스까지 선보이며 감춰둔 끼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는 평.

"생각대로 하면 되고~" (2008)

SK텔레콤의 '생각대로T' 캠페인은 긍정의 힘을 담은 메시지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되고송'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가수 비가 참여하여 늦은 밤 야식과의 싸움에서 생각대로 위기에 대처하는 모습을 담았다. '되고송'은 여러 방면에서 패러디되며 인기를 입증했다.

자체발광 아몰레드 (2009)

손담비와 그룹 애프터스쿨이 자체발광 컨셉을 춤과 노래로 표현한 광고로, 특히 CM송인 '아몰레드 송'이 주요 음원 사이트 10위권에 랭크되며 인기를 모았다. 광고 효과로 삼성전자의 햅틱 아몰레드는 월 200만대를 양산하며 효과를 톡톡히 봤다.

"롤리~롤리~롤리팝" (2009)

가수 빅뱅과 2NE1이 가요계를 접수했을 시절, 청소년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은 광고. 이들의 콜라보 무대에 많은 청소년들이 안무와 노래를 따라해 삽입곡이 '국민송'에 등극하기도 했다.

한 층 더 똑똑해진 스마트폰의 대중화 시대에 맞춰, 가능한 많은 기능을 알리기 위해 광고는 진화했다. 스마트폰 광고는 내장된 기능과 사용 방법 등을 알리려는 컨셉 광고와 휴머니즘을 표방한 광고로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인터넷 등 광고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TV 광고의 영향력은 예전만큼은 강력하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통신사는 기존의 이미지 광고에서 배우, 아이돌 그룹 등 많은 스타들을 기용하며 마케팅 전쟁에 나섰다. 스마트폰 광고 또한 많은 스타를 모델로 내세웠고, 더불어 일반인과 외국인을 모델로 세우며 다양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치명적 스마트, 신의 질투를 부르다" (2010)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스타를 기용한 휴대폰 광고가 줄을 이었다. 특히 아이폰에 대항하는 '스마트하고 스타일리시한 매력'을 강조하며 베가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광고였다.

"빠름, 빠름, 빠름" (2012)

LTE(롱텀에볼루션) 시대에 돌입하면서 속도를 강조한 KT의 광고. 샹송 '빠담빠담'을 '빠름빠름'으로 개사하면서 익숙한 멜로디로 자연스럽게 브랜드명까지 따라부르게 만들었다.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단언컨대…" (2013)

팬택은 배우 이병헌을 모델로 기용, '베가 아이언' 광고에서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라는 대사를 넣었다. '단언컨대'는 이병헌의 중후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별다른 유행어가 없던 광고계를 뜨겁게 달궜다.

"누군가를 미치게 만들려면…" (2015)

아이돌 그룹 AOA의 설현이 모델로 나선 루나폰은 SK텔레콤이 기획하고 국내 단말기 제조사인 TG앤컴퍼니가 개발했다. 루나폰은 15만대 팔리면서 인기를 끌었고, 설현의 눈부신 뒤태에 휴대폰 대리점 유리문에 부착된 광고 시트지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 대리점 주인들이 한동안 곤혹을 치루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