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3일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자 기자 10여명이 둘러쌌다. "대선 출마하실 건가요" 질문이 쏟아졌지만 황 권한대행은 입을 열지 않았다. 미소를 띠었던 전날과 달리 이날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정치권에선 "황 권한대행이 지지율 20%를 찍으면 대선 출마를 피하려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과 "권한대행 출마 논란과 확장성의 한계 때문에 출마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엇갈린다. 야당도 최근 들어선 그의 출마를 전제로 장단점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정체성' '안정감'이 강점
정치권에선 황 권한대행이 출마를 결심한다면 2월 말~3월 초로 예상되는 헌재의 탄핵 결정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지율이 10%를 넘어서고 보수층 기대도 모이면서 그의 결단 시점이 빨라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상당수 의원은 그의 출신이나 경력 등으로 볼 때 보수 진영 후보가 될 조건은 상당 부분 갖췄다고 보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다. 부모가 6·25 때 황해도에서 월남한 실향민 2세다.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30여년 검찰에 재직하는 동안 대표적인 공안(公安) 검사로 꼽혔다.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써 '미스터(Mr.) 국보법'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서울지검 2차장 시절엔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 수사를 지휘했고,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보법 위반 사건' 수사 때는 구속 수사를 주장해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과 마찰을 빚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2년간 검사장 승진에 실패한 황 권한대행은 이명박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2011년 부산고검장을 마지막으로 옷을 벗었다. 이후 변호사를 하다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법무장관에 발탁됐다. 2013년 9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이 'RO(지하혁명조직) 사건'으로 구속되자 헌재에 통진당 해산 심판을 청구해 해산 결정을 받아냈다. 여권 관계자는 "체제 정체성을 지킨 안정감 측면에서 보수층 지지를 흡수할 여지가 많다"고 했다.
황 권한대행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야간 신학대학 편입학 후 졸업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나사렛대 교수로 재직 중인 아내 최지영씨도 '위대한 유산'이란 제목의 복음성가 앨범을 낼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보수 진영 한 축인 기독교계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조건도 갖춘 셈이다. 그의 지인들은 "황 권한대행은 고교 시절 학생회 간부를 맡고 검사 때는 직접 연주한 색소폰 CD를 발표하는 등 잡기(雜技)에도 능하다"며 "정치 무대에 서면 대중성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 모임' '황교안을 사랑하는 모임' 등도 만들어졌다.
◇'탄핵책임론' '병역 면제' 등 약점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현 정부에서 법무장관과 총리를 잇달아 맡는 등 박근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해 와 탄핵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대리인'이란 굴레를 벗지 못하면 승리하기 어렵다"고 했다.
황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에 출마하려면 권한대행 자리를 경제부총리에게 넘겨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 안정화란 책무를 저버리고 대선에 출마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조기 출마 선언'을 요구하는 데는 이른바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논란을 최소화하자는 측면도 있다.
그의 병역 면제도 다시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만성 담마진(두드러기)'으로 면제 판정을 받았으며,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총리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10년간 징병검사 받은 365만명 중 이 병으로 군 면제 받은 사람은 4명밖에 없다"고 공격했었다.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큰 현재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