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이틀 "황교안 총리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실은 작년 말부터 친박(親朴)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돼 왔다고 한다. 황 총리 본인도 작년 말에는 국회에서 "전혀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가 얼마 전부터는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로 약간 말을 바꿨다. 주위에선 출마 여지를 넓혀가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누구든지 선거에 나갈 자유와 권한이 있다. 만약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공직자 사퇴 시한도 선거일 전 30일이다. 황 총리가 대선에 나가는 데 아무런 법적·제도적 제한이 없다. 정치 현실로 봐서도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할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이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인 것이 사실이다. 통진당 해산 등 새누리당 지지층이 인정하는 업적도 있다. 황 총리는 이미 여러 여론조사에서 10% 가까운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안보·경제 동시 위기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권 출범까지 겹쳤다. 세계 질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한·미가 다음 달 연례 군사훈련을 시작하면 북이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북이 6차 핵실험을 하고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무수단미사일을 발사하면 트럼프 정부의 성격상 일촉즉발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이 상황이 정치적으로 황 총리에게 유리할지는 모르겠으나 국가적으로 살얼음판인 것은 분명하다. 황 총리가 만약 대선에 나서기로 한다면 나라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될 수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래도 되느냐'는 우려도 나오게 될 것이다.
황 총리 대선 차출설에 대해 새누리당 정진석 의원은 "말도 안 되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미친 짓"이라고 했다. "보수는 무리수를 내서라도 권력만 탐한다는 '좋은' 교훈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안 그래도 분열돼 있는 보수층이 또 분열할 가능성을 걱정한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황 총리 출마는 본인의 뜻에 달렸다. 나서기로 할 경우 현실적으로 헌재 탄핵 인용 직후에 결심을 밝히게 될 것이다. 탄핵 여부도 모르는데 출마 결심을 밝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짧으면 한 달여, 길면 몇 달이 남아 있다. 이 기간만이라도 정치적 논란과 떨어져서 권한대행의 역할만 충실히 해주길 바랄 뿐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조차 죽기 살기 여야 정쟁(政爭)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나라가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
입력 2017.02.0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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