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잇달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어제 "대통령 선거는 과거에 대한 심판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미래에 대한 선택이 돼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남 지사는 그제 "낡은 '올드(old)'를 밀어내고 미래를 향한 '뉴(new)'로 바뀌어야 한다. 미래를 만들어갈 지도자가 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올해 각각 59세, 52세다. 이른바 '젊은 보수'의 대표 주자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구(舊)보수는 안보와 산업화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권위주의 독재의 그늘도 함께 안고 있었다. 낡은 수구(守舊) 이미지로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받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제 그 세대는 뒤안길로 들어섰다. 아직 신(新)보수는 분명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 보수가 지리멸렬하게 된 것은 물론 최순실 사태의 여파이지만 그 밑바탕엔 보수의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원인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50대 두 사람의 대선 도전은 성공 여부를 떠나서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새로운 보수, 젊은 보수, 미래의 보수는 어떻게 국가와 사회를 지키고 발전시킬 것이라는 비전을 국민에게 명확히 각인해야 한다는 책무가 있다.
유 의원은 2015년 새누리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치는 경제'를 주창해 보수 진영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남 지사는 경기 지사로서 야당과 본격적 연정(聯政)을 실험하고 있다. 모두 기존 구(舊)보수의 노선과는 다른 길을 모색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좌(左)클릭이라고 비판하지만 보수의 새 길을 열고 있다는 긍정론도 적지 않다. 연령과 신·구를 떠나 보수는 부국강병(잘사는 나라, 튼튼한 안보)의 책임을 지고 희생·헌신하는 태도다. 그 바탕에서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유연함도 갖춰야 한다. 국민이 50대 보수에게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런 자세일 것이다.
지금 두 후보 지지율을 합쳐도 3%도 넘지 못한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피해이지만 아직 국민이 50대 보수와 그들이 지향하는 세상을 알지 못하는 탓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사회 보수층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불안해하고 있다. 선거 불참을 공공연히 말하기도 한다. 민주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50대 보수 주자들 앞엔 최순실의 벽, 구보수의 벽, 정권 교체를 바라는 다수 여론의 벽이 겹겹이 막고 있다. 분명 위기다. 하지만 어쩌면 다시 올 수 없는 기회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