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2일 열린 ‘2016 군 급식 요리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메뉴는 ‘무드(무채 샐러드) 있는 오징어’와 채소·버섯·닭고기로 만든 ‘육·해·공 한판승(떠먹는 피자)’이었다. 메뉴를 개발하고 시연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요리팀장과 팀원들을 만났다. 조리 군무원 석영민 주무관이 팀장으로, 송준근 병장과 안희제 상병, 지석원 상병, 김강산 상병이 팀원으로 참여했다. 이 대회는 군 급식에 곧바로 적용할 맛있는 요리를 발굴하고 전역 후 요리사를 꿈꾸는 병사들에게 자기 계발 기회를 주기 위해 열렸다. 공군이 상을 받은 건 대회가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송준근 병장, 지석원 상병, 김강산 상병, 안희제 상병, 석영민 주무관.
채소 싫어하는 병사도 맛있게 먹는 밥상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은 서북도서 및 수도권 영공 수호의 최일선 부대로 1996년 12월 2일 공군 최대 규모로 창설되었다. 석영민 주무관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이 부대에서 급양병(조리 담당)으로 일했다. 전역 후 일식전문 요리사로 일하다 2014년 조리 군무원으로 부대에 복귀했다. 같은 부대에서 일하는 조리 군무원 10명과 함께 60여 명의 급양병을 이끌며 병사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송준근 병장, 안희제 상병은 한 번에 2000여 명이 식사를 하는 병사 식당 ‘하늘이’의 급양병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석원 상병과 김강산 상병은 간부 식당인 ‘독수리’의 급양병이다. 송준근 병장을 제외하고 모두 대학에서 식품 관련 공부를 하다 입대했다. 디자인 전공자인 송 병장은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 급양병을 지원했다.

“하루에 세 번 수천 명의 병사가 한꺼번에 먹을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굉장히 고됩니다. 병사 식당에서 일하는 급양병들은 새벽 4시부터 식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듭니다. 2교대로 8시간 근무합니다. 급양병들이 보람도 느끼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국방부가 주최하는 요리대회 출전을 준비하게 됐습니다.”(석영민)

석영민 주무관의 제안으로 부대 내 60여 명의 급양병 가운데 요리팀원을 선발했다. 간부 식당에서 일하는 지석원 상병과 김강산 상병이 먼저 뽑혔다. 이들은 국방부 주최 요리대회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공군 요리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후 송준근 병장과 안희제 상병이 합류해 4명이 팀을 이뤄 본선 대회를 준비했다.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메뉴 선정이었다. 식재료부터 제한 규정이 있었다. 군대 내에서 흔한 재료를 써야 했고 군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채소, 버섯 같은 재료를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맛도 있고 균형 잡힌 영양식으로 군 급식 메뉴로 곧바로 활용될 가능성이 클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요즘 병사들은 고기, 햄을 좋아해요. 고기와 채소, 버섯을 함께 볶아 주면 고기만 먹고 나머지는 남겨요. 채소를 싫어하는 병사들이 맛있게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컸어요.”(송준근)

‘2016 군 급식 요리대회’ 대상을 받은 ‘육·해·공 한판승(떠먹는 피자)’과 ‘무드(무채 샐러드) 있는 오징어’.

일과를 마친 뒤 요리팀원들이 모여 메뉴를 결정하는 회의를 열었다. 수제소시지, 들기름파스타, 돼지고기롤튀김, 닭가슴살 등 다양한 후보가 테이블에 올랐다. 메뉴들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실제로 요리해보니 짧은 시간에 급식용으로 만들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알았다. 더구나 요리대회 때는 70분 안에 심사위원과 대회 참관인들을 위한 시식용으로 30~40인분을 만들어야 했다. 논의 끝에 닭고기, 버섯, 채소를 곁들인 떠먹는 피자와 무채 오징어 샐러드를 선정했다.

“병사들이 좋아하는 음식 베스트 3위가 스파게티예요. 밥피자 도우 위에 닭고기, 버섯, 채소를 넣어 버무린 스파게티 소스를 얹으면 수저로 떠먹어야 하니까 재료를 남기지 않고 다 먹게 돼요.”(석영민)

“일반적으로 무채 하면 빨간 고춧가루 양념을 떠올리잖아요. 저희는 소금을 넣지 않고 액젓을 이용해 소스를 만들었어요. 하얀 무채 위에 오징어 튀김을 얹었죠. 무를 싫어하던 이들도 오징어가 있으니 맛있게 먹더군요.”(지석원)

‘2016 군 급식 요리대회’

메뉴가 정해지자 대회와 꼭 같은 상황, 시간을 고려해 음식을 만들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일을 나눴다. 송준근 병장은 재료 손질, 플레이팅을 맡았고 안희제 상병은 육류 손질, 피자 도우, 오징어 튀김을 맡았다. 지석원 상병은 피자 도우, 샐러드 소스를 만들었고 김강산 상병은 무채를 썰고 샐러드를 완성하는 일을 책임졌다.

“늘 실제 대회에 참가한다는 마음으로 똑같은 재료와 분량으로 100번 넘게 메뉴를 만들었어요. 매번 완성한 음식을 부대 구성원들에게 돌리고 품평을 들었죠. 의견을 반영해 또 만들고 또 품평 듣고를 반복했어요. 음식 만드는 것보다 재료를 준비하고 뒷정리하는 게 더 힘들었어요.”(안희제)

철저한 준비를 이길 팀은 없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요리팀은 2016 군 급식 요리대회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7개 팀을 꺾고 대상을 차지했다.

“팀원의 한 사람으로서 제 역할을 했다는 게 기뻤어요. 군 생활을 보람 있게 보내고 있구나 스스로 만족스러웠죠.”(김강산)

“다른 팀의 메뉴도 나쁘지 않았어요. 가지탕수, 면볶음요리, 꽃게튀김, 해물볶음우동, 보쌈 등이 나왔는데, 심사위원들이 군 급식으로 우리 팀 메뉴를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의미가 심사위원에게 잘 전달되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요리팀원뿐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부대 지휘관 및 간부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석영민)

군 복무 기간을 자기 계발 기회로

송준근 병장은 오는 5월 제대를 앞두고 있다. “입대 후 전국 각지뿐 아니라 해외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느낌입니다. 군대에서 인간관계의 깊이와 폭을 넓힐 수 있었어요.”

지석원 상병은 제대할 때까지 일식 요리사 자격증을 딸 목표를 세웠다. 양식 자격증 보유자로 입대한 그는 군 생활을 하며 한식, 중식 요리사 자격증을 땄다. 그에게 군대는 “자신을 발전시키고 능력을 계발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양식 필기시험에 합격한 안희제 상병은 조만간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다. 김강산 상병은 최근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들은 전역 후 계획도 이미 세워 놓았다. 송 병장은 전역 후 광고 쪽 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고 안희제 상병은 해외에서 레스토랑을 하는 지인을 찾아가 경험을 쌓을 계획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요리를 배운 지석원 상병은 외식 사업가가 되는 게 꿈이다. 김강산 상병은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루 8시간을 급양병 후배들과 함께 지내는 석영민 주무관의 꿈은 무엇일까?

“매일 똑같은 일을 하다 보니 나태해지기 쉬워요. 그래서 나름의 목표를 정했어요. 조리기능장을 목표로 꾸준히 공부하려고요. 20대 초반 이 부대에서 병역의 의무를 수행했어요. 신병들에게 군 생활 잘하는 노하우를 강연을 통해 알려주고 싶어요. 병장 계급을 달면 그 아래 60여 명의 병사가 있어요. 군대에서 리더십 훈련을 많이 받고 사회에 나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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