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안법이 도대체 뭐길래 이 난리죠?" 지난 23일 밤부터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전안법 반대한다'는 글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밤새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전안법'이 오르내리고,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를 뜻하는 '실시간 트렌드' 1위를 '전안법 반대'가 차지했다.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은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해 만든 법안으로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핵심은 안전 기준을 준수해 만들었다는 표시인 '공급자 적합성 확인(KC 인증) 서류'를 전기용품뿐 아니라 의류·잡화 같은 공산품·생활용품까지 받아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KC 인증은 각 제품이 안전 규정에 맞게 제조됐다는 것을 확인하는 절차로 자체 안전 검사 장비를 갖추지 못한 소상공인은 외부 전문 기관에 돈을 내고 맡겨야 한다.
법 개정에 따라 옥션·지마켓 등 오픈 마켓들이 "KC 인증서를 공개하지 않는 판매자의 입점을 금지한다"고 고지하면서 사달이 났다.
그동안 KC 인증을 받지 않았던 의류·잡화 판매자들을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시작됐다. 옷을 제조·수입하는 김동환(37)씨는 "대기업은 KC 인증 검사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지만, 영세업자는 수십만원을 내고 옷마다 기관에 인증을 맡겨야 한다"며 "소규모 업체는 장사를 접으라는 얘기"라고 했다. 인증 비용 때문에 제품값이 올라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터넷에는 '전안법 폐지를 위한 모임(전폐모)'이 발족됐고, 이 법과 관련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제품안전협회 콜센터 전화번호가 '살생부'처럼 떠돌았다. 전안법 통과에 찬성한 국회의원 189명의 명단과 의원실 연락처도 공개됐다. 24일 전화번호가 공개된 기관과 의원실에는 하루 종일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전안법 반대 서명운동'에는 하루 만에 1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반대 여론이 거세자 정부는 24일 오후 '논란이 된 전안법 일부 적용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하지만 "올해 시행하든 내년에 시행하든 악법은 악법"이라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