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외국계 금융회사 간부가 46세에 돌연 사표를 던졌다. 부동산 자산관리사, 휴대폰 제조업 전문 경영인, 교육 사업 등 '맨땅에 헤딩' 하며 세상을 배웠다. 공대 전자공학과에서 배운 내공을 살려 전국을 다니며 스마트폰과 SNS 사용법, 홈페이지 개발·운영 방법을 강의하고, 그렇게 만난 3400명에게 최신 IT·미디어 동향과 자신의 칼럼을 담은 뉴스레터도 매주 발송했다. 10년 뒤, 평생 직업을 찾았다. 세상에 없는 직업을 만드는 사람, '창직(創職) 카운슬러'. 사람들이 정은상(63) 맥아더스쿨 교장을 부르는 말이다.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할 때 나이가 70세였어요. 인생 이모작을 원하는 사람들을 돕는 학교란 뜻으로 2013년 1인 기업 맥아더스쿨 설립했습니다."
아이패드 화가, 모바일 요리사, 유머 작가, 어린왕자 인문학당 교수 등 그의 손을 거칠 때마다 새로운 직업이 탄생한다. SNS·유튜브·스마트폰을 활용한 개인 브랜딩은 물론 비즈니스 전략까지 세워준다. 5년간 그가 직업을 찾아준 사람만 185명. 은퇴자뿐만 아니라 교수·대기업 임원·병원장 등 현직에 있는 이들까지 그의 코칭을 받기 위해 줄줄이 예약을 하고, 지방에서 서울로 매주 올라오는 '열혈 수강자'도 많다.
"3년 전 농협 지점장을 지낸 은퇴자 정병길(64)씨에게 '아이패드 화가'란 직업을 만들어줬습니다. SNS 사용법을 코칭하다 보니 그림에 소질이 있으시더라고요. 스마트폰 스케치 앱 '헬로 크레용' 사용법을 가르치고, 개인 브랜딩 작업을 했죠. 벌써 개인전만 12번 열었고, 시청광장 전시회 땐 삼성전자 직원이 갤럭시노트까지 선물하면서 '갤럭시 화가'를 권하기도 했죠. 삼성전자가 주최한 모바일 드로잉쇼에도 출연했고요."
비단 정씨뿐만 아니다. 25년간 영어학원을 운영해온 정해권(48)씨는 '아이패트 닥터'로 활동 중이다. 장애인과 유아 및 노인을 위한 해외의 인지능력 개선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교육하는 회사를 창업한 것. '미긍(美肯) 주혜'란 필명으로 활동하는 '글쓰는 일러스트레이터' 강주혜(39)씨 역시 정 교장을 만나 유명인이 됐다. 교통사고로 25세 나이에 시각장애인이 된 그녀는 두 개로 겹쳐지는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 그리고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글귀를 적어, 개성 있는 일러스트로 SNS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정 교장은 일대일 맞춤형 코칭을 고집한다. 매주 숙제도 나간다. 취업을 고민하는 지인을 상대로 배운 내용 그대로 실제 코칭을 해보라는 것. 코칭비는 3개월(매주 1회, 총 13~14회)에 100만원. 하루에 2~3명씩 매월 평균 코칭 횟수만 약 80회에 달한다.
'조직을 키우지 않고 1인 기업으로 남겠다'는 원칙에 따라 자신처럼 창직 카운슬러로 활동하는 은퇴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돈키호테스쿨' '마중물스쿨' '소크라테스스쿨' 등 제2의 맥아더스쿨 교장을10명 배출했다.
"세상에 '천직'은 없어요. 작은 일이라도 내가 할 수 있고, 가치 있는 일을 발견하면 그게 '천직'이 됩니다. 절대 조급하면 안 됩니다. 인생 이모작에도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사랑해보세요."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이 말하는 '인생이모작 비법' 등 인터뷰 전문은 더나은미래 홈페이지(http://futurechosun.com/archives/19286)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