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이어도 전혀 혼자 있는 것 같지 않다. 눈 뜨면 잘 잤느냐고 물어봐 줄 '비서 로봇'도 있고, 나갈 땐 잘 다녀오라고 해 주는 '여친 로봇'도 있다. 물론 싱글이 아닌 사람들도 예외는 없다. 집안일을 대신 해주는 것은 기본이요,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도 '유모 로봇'이 해 준다.
현재 공개된 기술만으로 재구성해 본 우리의 삶. 그리고 앞으로의 인공지능을 살펴본다.
눈 뜨면 비서에게 "오늘 날씨 어때?"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비서 '자비스'에서 영감을 받아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가정용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방의 조명을 켰다 끄는 정도가 아니라, 시간에 맞춰 토스트를 굽고 옷을 직접 건네기도 한다. 노래를 요청하면 선곡한 노래가 별로라며 재생을 거부하기도 하고, 저커버그의 딸 맥스에게 중국어로 말을 걸기도 한다.
독일의 전장부품·가전업체 보쉬는 가정용 비서 역할을 하는 ‘큐리(Kuri)’를 선보였다. 큐리는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음악 재생 등의 간단한 명령을 수행한다.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애교까지 장착했다.
물 마시러 냉장고에 가니 "달걀 주문할까요?"
LG전자는 냉장고에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를 도입했다. 사용자가 냉장고에 "알렉사, 당근 3개만 주문해줄래"라고 말하면 아마존프레쉬(Amazon Fresh)와 연동해 24시간 이내 당근이 집으로 배송된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 조리 순서를 찾아 준다. 온라인 쇼핑도 가능하게 했다. TV를 보며 마음에 드는 옷이 나왔을 때 "저 옷 뭐야? 찾아줘"라고 하면 TV가 찾아 쇼핑까지 도와준다.
우리집 보안·집안일 담당 집사를 소개합니다
LG전자는 가정용 허브 로봇을 개발했다. 와이파이를 통해 TV와 냉장고, 에어컨과 조명, 보안시스템을 제어한다. 눈사람을 닮은 이 로봇은 얼굴에 LCD 화면을 부착해 웃음·슬픔·놀람 등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중국 하이얼은 집안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홈 허브 로봇 '유봇’을 전시했다. 가족들의 얼굴을 모두 인식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기도 한다. 집안 내 심부름도 하고 조명, 에어컨 등을 켜고 끌 수 있다. 낯선 사람이 집안에 침입하면 문자 등으로 가족에게 알린다.
"늦었다! 회사까지 얼마나 걸리지?"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를 출시한 SK텔레콤은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을 연동했다. 출시 당시에는 음악 재생, 날씨 정보 검색, 사물인터넷(IoT) 기기 제어 등 다섯 가지 기능만 가능했지만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백과 한국어판'을 검색해 관련 정보를 읽어주는 기능, 라디오 재생 기능 등도 추가했다.
일본 기업 윈크루(Vinclu)는 가상 여자친구 로봇 게이트박스(Gatebox)를 개발해 지난해 12월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29만 8000엔(한화 약 305만원)으로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프로필과 신체 조건을 입력해 탄생한 캐릭터는 간략한 알림은 물론 가전을 켜고 끄며 목욕물을 데울 수도 있고, 인체감지 센서를 통해 움직임을 파악한다. 사용자가 외부에 있을 땐 채팅 어플리케이션으로 대화할 수 있다.
운전대 잡는 대신, 책 보며 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차량에 적용할 인공지능(AI) 개발을 완료한 후 현재 협업 중인 아우디 차량에 이를 적용해 100% 완전 자율주행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도 BMW, 모빌아이와 손잡고 BMW 7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완전 자율주행차 40대를 올 하반기 시범 운행하겠다고 밝혔고, 포드도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요타는 인간의 개입이 없는 무인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돌발변수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먼저 인간의 실수를 보완할 수 있는 부분 자율주행차의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내가 집에 없을 땐, 로봇이 아이의 보호자
미국 마텔이 공개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린이를 위한 인공지능 기능을 갖췄다. 부모나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하고 대답하며, 동화를 들려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미국 아바타마인드의 동반자 로봇 '아이팔'은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사교적이고 교육적인 친구 역할을 한다. 아이와 함께 노래부르고 춤추며, 미로를 탐색하고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아이뿐 아니라 독거노인에게도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도록 전문 의료 서비스를 돕는다.
미국 파이브 엘리먼트 '로보틱스'는 부모가 먼 거리에서도 아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유모 로봇 '5e 낸니봇(5e NannyBot)'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아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촬영한 비디오 영상을 부모의 스마트폰 등으로 전송해준다.
병원에 가면, "의사 만나기 힘드네"
최근 구글은 당뇨성 망막병증 진단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국내에서 개발이 이뤄지는 흉부 엑스레이 결핵 검진 인공지능도 12만명의 데이터를 학습했고, 현재 95% 수준에서 진단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현미경으로 세포 모양을 관찰하는 병리학 검사도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인천 길병원은 지난해 11월 중순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의사 왓슨(Watson)을 도입해 지금까지 대장암 23명, 폐암 20명 등 총 85명의 암 환자 진료를 했다. 지난해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일본, 대만 등에서 왓슨으로 암 진료를 하고 있다.
그녀 (Her, 2013)
주인공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사만다는 항상 주인공 곁을 지킨다. 일정을 관리하는 일종의 '비서' 프로그램이지만, 시시콜콜한 농담은 물론 속깊은 얘기까지 주고받는다. 주인공은 눈에도 보이지 않는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고, 함께 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데이트도 즐긴다. 외로운 주인공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인이 된다.
아이, 로봇 (I, Robot, 2004)
영화 속 배경은 2035년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상용화되었다. 대량 생산된 인공지능 로봇 써니는 자기 의지를 가지고 생각하고, 느끼고, 말한다. 인간과 소통하면서 감정을 배우게 되고, 결국 자아정체성에 혼란을 느껴 인간을 공격하게 된다.
로봇 앤 프랭크 (ROBOT & FRANK, 2012)
인간을 도와주는 가정용 로봇이 보편화 된 가까운 미래. 전원생활을 보내던 전직 금고털이범 프랭크에게 아들이 보내온 건강 보좌관 로봇이 나타난다. 프랭크는 식습관부터 운동습관까지 사사건건 잔소리를 늘어놓는 로봇이 못마땅하지만, 만약 건강관리가 실패하면 자기는 폐기 처분될 것이라고 감정에 호소하는 협박 솜씨가 귀여운 로봇에게 점차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로봇, 소리 (SORI: Voice from the Heart, 2015)
이 녀석이 내 딸을 찾아줄 것 같습니다”
아무런 단서도 없이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기 위해 아빠는 10년간 전국을 떠돈다. 그 때,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인공지능 로봇 소리를 만나고, 딸을 찾을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을 가진다. 인간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과 감정·생각을 공유하며 진정한 우정을 나눈다.
트랜센던스 (Transcendence, 2014)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유망 기술로 포함된 인공지능. 흔히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기대가 큰 '미래의 먹거리'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변변한 게 없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인공지능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미국의 MS다. 1995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한국·일본·중국·유럽 특허청에 총 99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뒤를 이어 미국의 구글·IBM·애플 순이었다. 상위 10개 사 중 9개가 미국 기업이었고, 아시아권 기업은 일본의 사무기기 업체인 리코가 유일했다. ▶기사더보기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미국의 69.5% 정도이며 미국과의 기술 격차도 2.4년 정도로 분석된다. 한국산(産) 인공지능 서비스는 네이버가 지난 10월 출시한 '파파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한컴과 내놓은 '지니톡' 같은 번역 서비스 중심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할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8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탑재하겠다고 했지만, 애플·구글 등과 비교해보면 늦었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