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 덕소리에 있는 빵집에서는 베트남 제빵사가 빵을 굽는다. 빵집 '파리바게뜨' 최초의 외국인 제빵사 우옌 티 투이창(32)씨다. 2013년 SPC 그룹에 입사한 우옌씨는 현재 파리바게뜨 덕소현대점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빵집에서 만난 우옌씨는 "처음 두어 달 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씩 빵을 태워 먹었다"고 한국어로 말하며 웃었다.

한국식으로 빵을 구운 지 만 4년이 돼가는 우옌씨는 요즘 하루 빵 300~400개를 만든다. 파리바게뜨 덕소현대점에서 구워서 파는 빵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 빵 종류는 서른 개 안팎이다. "어제 빵 모양이 조금 덜 예쁘게 나왔으면 오늘 그 부분을 고치고 잘해보려고 노력해요. 똑같은 일이라서 지루할 것 같지만 매일 조금씩 빵이 좋아지고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어요."

베트남에서 온 제빵사 우옌씨는 자신이 만든 바게트를 들어보이며 “바게트 모양 만드는 게 빵 만드는 것 중에 제일 어려워요”라며 “그래도 제일 예쁘게 나온 걸로 골라 잡았어요”라며 웃었다.

지난 2005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귀화한 우옌씨는 아이를 낳은 뒤 2년쯤 세탁소에서 일했다. "TV에서 단팥빵 만드는 장면을 봤어요. 오븐에서 빵을 한꺼번에 만들어 꺼내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게 정말 맛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당장 남편에게 빵 만드는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지요." 남편도 적극적이었다. 다음 날 곧바로 제과제빵 학원을 알아봐 주고 학원비도 흔쾌히 내줬다. 우옌씨는 이후 1년간 낮에 세탁소에서 일하고 저녁엔 제빵 학원에 다녔다. 세탁소에서 허드렛일을 해왔던 그는 "한국에 살려면 제대로 된 직업이 있어야 했다"며 "귀화했지만 외모는 외국인이니까 기술이 하나 있어야 한국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맨 처음 만드는 법을 배운 건 식빵이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에서 빵은 대부분 딱딱한 바게트뿐이었다. "보드라운 식빵, 곰보빵, 슈크림 빵… 매일 다른 빵을 배웠는데 베트남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들이라 정말 신기했다"고 했다. 빵 만드는 건 금방 배웠지만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필기시험이었다. 어려운 제빵 용어가 한국어가 서툰 그의 발목을 잡았다. "발효, 휴지(休止), 자율배합 같은 말은 평소에 쓰지 않으니까 뜻을 알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필기시험에 3번 떨어지고 4번째에 붙었죠."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우옌씨 같은 귀화 외국인을 비롯한 취업 취약계층에도 문이 활짝 열려 있다"고 말했다.

우옌씨는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 동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가량 떨어진 떼이능이란 마을에 살았다. 선생님을 꿈꿨지만 집안 사정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제빵사가 되고 나서 새로운 꿈이 생겼다. "언젠가는 꼭 제 빵집을 차리고 싶어요."

한국에 와서 정말 행복하다는 우옌씨는 동생도 한국으로 데려왔다. "동생은 1987년생 고양이띠예요. 한국에선 고양이띠 대신 토끼띠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시집오고 2년쯤 뒤에 동생도 뒤따라 왔어요." 서울 상계동에 사는 동생과는 한 달에 한 번쯤 주말을 함께 보낸다.

열 살짜리 아들을 하나 둔 우옌씨는 여느 엄마처럼 아들 사진을 보여주겠다며 스마트폰을 뒤졌다. 올해 초등 3학년이 되는 아들이 학교 받아쓰기 시험에서 100점을 놓친 적이 없고, 다른 엄마들처럼 수학, 영어, 태권도, 붓글씨 학원에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우옌씨는 "하나 더 낳으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하나도 키우기 어려워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영락없는 한국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