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9일 신년 업무보고에서 "검정(檢定) 역사 교과서 심사를 강화하고 집필 기준을 새로 만들어 좌편향 역사 교육을 바로잡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국정화(國定化)를 반대해온 진영에서 "제2의 국정교과서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억지다. 검정 교과서 제도는 민간 출판사가 만든 교과서를 정부가 심사해 적격이라고 판단되면 교육 현장에서 쓰도록 하는 것이다. 검정 신청이 들어온 교과서가 교육과정과 집필 지침이란 기준에 맞게 서술됐는지 엄격히 심사하는 것은 교육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역사 교육이 이 지경이 된 데는 교육부 책임이 크다. 역사 과목 교육과정과 집필 지침이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 시민을 길러내는 데 적합한가에 대해서부터 의문이 많았다. 그나마 정해진 기준이 교과서 서술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검증하는 절차마저 엉터리였다. 오죽했으면 검정을 통과해 고교에서 쓰이고 있는 여덟 개 교과서에서 829개나 되는 부실·오류가 또 발견돼 부랴부랴 수정하는 소동이 벌어졌겠는가.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그동안 교육부의 심사가 치밀하지 못해 검정 교과서의 여러 편향성 문제가 제기됐다"고 했다. 만시지탄이나 옳은 진단이다.
정부가 국정·검정 혼용(混用)을 정한 이상 이번에 새로 나온 교과서는 여러 역사 교과서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도 반대 진영에선 여전히 "국정 완전 폐기"를 주장하며 이마저 땅에 묻으려 하고 있다. 이들의 이런 행태를 보면서 역으로 새 교과서가 제대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 역사 교과서가 주목받는 것은 우리 역사의 밝은 면, 어두운 면을 비교적 균형 있게 다뤘으면서 자긍심과 교훈을 불어넣는다는 역사 교육의 취지에 다가갔기 때문이다. 교과서 시안은 인터넷에서 한 달 동안 공개적으로 검증을 받았다. 교육부는 사명감과 실력을 갖춘 인사들로 검정위원회를 만들고 충분한 시간을 주어 내년 사용될 다른 교과서들도 이렇게 검정해야 한다. 통과시킬 것은 통과시키고 떨어뜨릴 것은 가차없이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역사 교과서의 질은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다.
전교조 교사들과 일부 시·도 교육감, 야권 정치인들은 국정도 안 된다 하고 검정을 강화하는 것도 못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흠에는 돋보기를 들이대고 북한에는 관대한 사관(史觀)으로 청소년들을 계속 키워내겠으니 정부는 간섭하지 말라는 것인가. 이야말로 독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