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최근 5년 이내에 결혼한 초혼 부부 117만9000쌍을 조사했더니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부부가 세 쌍 중 한 쌍(35.5%)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결혼 3~5년 지나서도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경우가 다섯 쌍 중 한 쌍(19.3%)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초혼 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는 혼인 4년 차에 들어서도 1.10명에 불과했다.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데다 결혼해서도 아이 낳기를 꺼리거나 한 자녀만 갖는 추세가 통계로도 드러난다.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81조원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이제 인구 절벽은 코앞에 닥쳤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올해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줄어든다. 정부는 올 초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 계획'을 내고 저출산에 21조원을 투자해 올해 신생아 수를 44만5000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첫해부터 허언이 됐다.

저출산 추세는 쉽게 되돌리기도 힘들다. 한 해 80만명씩 태어났던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1년에 신생아가 40여만명씩 태어났다. 한 해 60만명대로 태어난 1983년 이후 출생 세대가 지금 결혼 연령에 접어들었고 이들이 아이를 하나씩만 낳으면 조만간 신생아 수는 30만명대로 쪼그라든다.

이번 신혼부부 통계를 보면 주택 소유 여부보다 맞벌이 여부가 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맞벌이 부부 중 자녀가 있는 비중은 57.9%로, 외벌이 부부(70.1%)보다 훨씬 낮았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맞벌이 가정이 아이 낳아 키우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최근 결혼한 젊은 층은 맞벌이 비중도 높아 두 쌍 중 한 쌍꼴로 맞벌이였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도 이 젊은이들 현실에 맞게 전면 재검토해서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근로 환경을 정착하는 것이 시급하다. 취업, 사교육, 집 장만 문제 해결 등 아이 낳는 기반 환경 조성도 말할 것이 없다. 각종 저출산 대책은 세 자녀 가정에 혜택 주는 식으로 짜여 있다. 이 역시 둘째 자녀부터 각종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