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안보 정책들을 뒤집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개성공단은 즉각 재개해야 하고 사드 배치 결정은 다음 정부로 넘기라고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번복을 공언했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통상 야당 대선 주자는 기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자신이 집권할 경우 이를 바꾸겠다고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아니라 외국 정부와 합의한 내용을 뒤집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물론 대외 정책도 방향을 수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문 전 대표처럼 동맹·우방과 맺은 핵심 합의를 전부 깨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대한민국의 정책 연속성 자체가 부정된다.
사드는 한·미 두 나라 정부와 군 당국이 여러 검토를 거쳐 북 미사일에 대한 요격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배치키로 한 방어 무기 체계다. 한·미 군사 시설과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이 들어오는 항구를 방어한다. 미국 정부는 사드 배치 문제만큼은 조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식으로 한다면 동맹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은 국제사회와 한 약속이다. 북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제재 결의안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다. 지금 북한으로 들어가는 달러를 줄이기 위해 중국의 북 석탄 수입까지 막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를 향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달러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개성공단을 통해 다시 북에 매년 5억달러 이상을 주겠다고 한다면 이 나라는 무엇이 되겠는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갑자기 대일(對日) 태도를 바꾼 데 대한 비판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엄연한 국제적 약속이다. 시간도 1년 가까이 지났다. 지금 파기한다면 한·일 관계 자체가 파기될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국과 일본이 북한 정보를 교환해 각기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자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이미 정부 간 서명까지 마쳤다. 북의 잠수함 동향 등 우리가 얻는 것이 많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이런 문제점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문 전 대표가 집권한다면 외교 안보 다 뒤집기를 실행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지금 문 전 대표 발언은 극성 지지층에게 영합하는 것이고 유권자를 속이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정말 동맹·우방 간 합의를 파기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덧붙일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