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새누리당 의총에서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정책위의장으로 뽑힌 이현재 의원도 친박계다. 친박계가 똘똘 뭉쳐 이들을 당선시켰다. 국민은 최순실 국정 농락과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을 개탄하고 분노하는데 새누리당은 친박 색채가 더 진해졌다. 민심 역행도 이 정도면 시쳇말로 '역대급'이다. 민주당이 "(정 원내대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을 지나치다고만 할 수가 없다.
이날 오후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최고위원들이 일괄 사퇴했다. 그렇게 버티던 친박 지도부가 갑자기 물러난 것은 친박 원내대표가 선출되니 '걱정'이 없어진 때문이다. '걱정'이란 당 권력을 놓치고 밀려날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대표 권한대행까지 맡게 된 정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 구성을 책임지게 된다. 친박계의 당권 재접수가 계획대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신임 정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친박 핵심들에게 2선(線) 후퇴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비상대책위원장도 중도 또는 비주류 추천 인사가 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 눈에는 모두가 친박의 작전으로 비칠 뿐이다. 지지율 15%짜리 당, 대선 주자 한 명 없는 당의 권력이라도 놓지 않겠다는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런 당의 얼굴이 이 친박에서 저 친박으로 바뀐다고 감동할 국민은 거의 없다. 답답함이 절망으로, 혐오로 바뀔 뿐이다.
정 원내대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며 화합을 호소했다. 공허하게 느껴진다. 이미 당내 친박 모임은 창립 선언문에서 '배신의 정치 타파'를 내세웠다. 이들에겐 박 대통령을 맹종하지 않으면 다 배신자다. 이런 패권적 행태가 말 몇 마디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결국은 분당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박은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친박과 방향이 다를 뿐 대의(大義)가 아니라 소리(小利)를 탐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치적 모험을 해 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한마디로 '웰빙 정치인'들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민심에 역행하는 친박과 웰빙 비박이 기이하게 공생하고 있는 정당이다. 여기서 또 무슨 국민 정 떨어지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