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박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정지됐고 헌법에 따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다.
그동안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즉시 퇴진'을 계속 요구하겠다"고 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황교안 대행 체제에 대해서도 "지켜보겠다"고 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3시 본회의를 열고 재적 의원 300명 중 299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효 7표, 기권 2표로 탄핵안을 가결했다. 야당과 무소속 의원 172명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에서 최소 62명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유일하게 투표에 불참한 새누리당 친박계 최경환 의원은 본회의장에 입장했다가 투표 시작 전 퇴장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헌법 위반 및 직권남용·뇌물죄 등이 적시됐다. 박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직후인 오후 5시 국무위원 간담회를 갖고 "저의 부덕과 불찰로 국가적 혼란을 겪게 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탄핵소추의결서를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했다. 권 위원장은 탄핵소추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법재판소와 청와대로 보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사본이 청와대에 전달된 오후 7시 3분부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고, 헌재는 탄핵 심판 절차에 착수했다. 헌재는 헌법에 따라 180일 이내인 내년 6월 초까지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탄핵이 최종 결정된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 청구를 인용하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임기 중에 파면되게 된다. 박 대통령이 파면되면 헌법에 따라 60일 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박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조약 체결·비준권 등 헌법과 법률상의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국정 운영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방부·외교부·행정자치부 장관에게 긴급경계태세 강화와 공직자 복무 기강 확립을 지시했다. 탄핵안 통과에 따라 '최순실 게이트'의 특검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야당들은 이날 "국민이 승리했다"고 했다.
한편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황 총리 대행 체제가 재벌·검찰·민생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을 제대로 읽는지 지켜보겠다"며 '내각 총사퇴' 주장을 철회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탄핵이 된 이상 대통령에 대한 즉각 퇴진 요구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