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오쯤 국회 입법조사관이 서울 논현동의 한 빌라를 찾았다.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그의 장모인 김장자(76) 삼남개발 회장을 국회의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세우기 위해서였다. 입법조사관은 동행명령장을 들고 1시간가량 현관 앞에서 기다렸지만 허탕이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빌라 앞에서 "죄가 없다면 숨지 말고 당당하게 청문회에 나오라"며 시위를 했다. 입법조사관은 김씨의 친척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충북 제천의 농가(農家)와 김씨가 운영하는 경기 화성시의 기흥CC까지 찾아갔으나 두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우병우 동행명령장 들고 제천까지 갔지만… - ‘최순실 게이트’관련 국회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가 열린 7일 오전 국회에서 김성태 국조특위원장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불출석 증인 11명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국회 경위·입법조사관 대표에게 전달하고 있다(왼쪽). 국회 경위들은 이날 오후 우병우 전 수석이 은신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충북 제천시 청풍면의 한 주택을 찾았지만 집엔 아무도 없었다. 우 전 수석의 소재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누구?]

우 전 수석은 지난 10월 30일 민정수석에서 경질된 이후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국정조사 특위는 지난달 27~29일 사흘간 증인 출석요구서를 전달키 위해 우 전 수석의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로도 찾아갔지만 우 전 수석은 가족과 함께 집을 비운 상태였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국정 농단 사태의 상당 부분 책임이 있는 공직자인데도 교묘하게 국정조사를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증인으로 나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나도 고령이고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태이지만 나왔다"며 "국회가 부르면 당연히 와서 진술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 전 실장은 청문회에서 우 전 수석이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발탁된 것에 대해 "대통령이 그 사람을 지명하고, 의사를 확인하라고 해 면담을 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이 "결국 최순실 '빽'으로 (청와대에) 들어온 거 아니냐"고 묻자 "그런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우 전 수석이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수사를 깔끔하게 처리해 민정수석으로 프로모션(승진)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이 한 일"이라고 답했다.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씨는 2014년 최순실·차은택씨 등과 함께 기흥CC에서 골프를 한 사실이 검찰 조사 등을 통해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우 수석은 장모에 의해 청와대에 들어갔고, 민정수석이 됐다"며 "검찰에는 '우병우 사단'이 그대로 있다"고 했다.

한편 우 전 수석 일가(一家)가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잠적한 것 등을 놓고 '법률 지식에 밝은 그가 법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조사 증인 출석요구서를 받고도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거나 동행명령을 거부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출석요구서나 동행명령장을 수령하지 않으면 이 처벌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법조계에선 우 전 수석이 위증죄 처벌을 피하기 위해 국정조사 출석을 일부러 기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김성태 특위 위원장은 이날 "솜털처럼 가벼운 법률 지식으로 준엄한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키는 증인도 있다"고 우 전 수석을 겨냥했다.

지난달 10일 검찰은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그러나 전화기에는 저장된 자료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우 전 수석이 수사에 대비해 전화기를 교체했다는 것이다. 우 전 수석의 아내 이모씨와 장모 김씨는 그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때 진행된 검찰 수사에 불응했다. 의경 운전병으로 특혜 선발됐다는 의혹을 산, 우 전 수석의 아들 역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한때 공직기강과 감찰 등 우리나라 사정(司正) 기관을 총괄했던 우 전 수석이 정작 본인은 처벌을 면하기 위해 법률 지식으로 꼼수를 부리는 걸 보니 한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