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도 후미오씨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당근 튀김. 실처럼 썰어 튀겨낸 당근은 담백하고 바삭했다.

국내에서 튀김은 길거리 간식쯤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일본에서 덴푸라(튀김)는 어엿한 요리다. 도쿄 덴푸라 전문점 '덴푸라 곤도'의 곤도 후미오(69)씨는 튀김을 최고급 요리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적 레스토랑 가이드 미쉐린 별 2개를 획득했다.

최근 서울 신라호텔에 자신의 덴푸라를 맛보이기 위해 방한했던 곤도씨는 "일본에서도 처음엔 덴푸라가 길거리 음식에 불과했다"며 "16세기 말 나가사키에 체류하던 포르투갈 상인들이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낸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따라 한 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17세기 에도에 덴푸라 노점상이 많았고, 메이지 시대 이후 요리로 여겨졌다고 한다.

일본 최고 덴푸라 장인으로 꼽히는 그는 원래 요리사가 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호텔 면접을 봤는데 당시 사장이 '너는 일식(日食)을 할 얼굴'이라며 덜컥 요리사로 뽑았지요." 마침 덴푸라 담당 요리사가 사표를 내면서 그가 자리를 채웠다. 그때까지 덴푸라는 생선 위주였고 채소는 거의 튀기지 않았다. 튀김옷이 두껍고 기름진 음식이란 인식도 있었다. 곤도씨는 채소를 덴푸라 재료로 적극 활용했다. 튀김옷을 막처럼 가능한 한 얇게 입혀 마치 찜요리처럼 재료 자체의 맛과 빛깔을 살리면서 느끼함을 줄였다.

처음엔 "이건 덴푸라가 아니다"며 화를 내던 손님들이 차츰 몰려들기 시작했다. 식당 한 달 매상이 25배 뛰었다. 느끼하지 않으면서 재료의 맛을 살리는 곤도씨의 덴푸라는 오늘날 일본 고급 덴푸라의 전형이 됐다. 곤도씨는 2년 전 일본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덴푸라를 대접해달라는 일본 정부의 요청을 거절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곤도씨는 예약 손님을 취소할 수 없다며 정중히 거절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덴푸라 대신 초밥을 대접받았지만 절반만 먹었다고 한다.

[곤도씨가 말하는 덴푸라 튀기는 요령]

―식용유는 발화점 높고 잡내 없는 면실유가 알맞다. 참기름을 조금 섞으면 풍미가 훨씬 좋다. 튀김옷의 이상적 비율은 밀가루 1컵+물 500㏄+달걀 1개. 밀가루는 한 번 쓸 만큼씩만 풀어 써야 바삭하게 튀겨진다. 튀김옷은 가능한 한 얇게 입힌다.

―채소를 튀길 때 기름 온도는 섭씨 170도, 새우는 180도를 맞춰야 맛과 색이 산다. 많은 양을 튀길 경우 기름 온도를 10도 더 높게 달군다. 튀김용 냄비는 바닥이 평평해야 기름 온도가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