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공부가 뭐냐고 물으면 수능 같은 시험공부를 말할 거에요. 하지만 이는 공부의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에게 지금은 놀이로서의 공부를 즐길 수 있는 시기입니다."
유영만〈사진〉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에게 공부는 놀이이자 삶이고 곧 인생이다. 여기엔 '공부는 끝이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예컨대 최근 수능을 치른 고 3 수험생은 예비 대학생이라는 점에서 또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을 수험생에게 "책상에서 떠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진정한 공부를 해 보라"는 유 교수를 지난 1일 서울 한양대에서 만났다.
◇공부는 낯선 것을 경험해보는 일
유 교수에 따르면 공부는 '낯선 것과의 마주침'이다. 새로운 책을 읽고 낯선 음식을 먹어보고 낯선 환경을 경험하면서 얻는 깨달음과 자극이 바로 공부라는 말이다. 그는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낯설게 느끼는 게 공부의 시작"이라고 했다.
"인간을 비롯해 대부분의 생물은 평생 익숙한 곳에서 틀에 박힌 생활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움벨트(umwelt)'란 말이 있습니다. 하나의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과 주변 세계를 뜻하는 말이에요. 예컨대 풍뎅이는 한 웅덩이에서만 살아요. 우물 안 개구리와 마찬가지로 자기 웅덩이에 대한 정보만 가지고 살죠. 이 풍뎅이가 경계 밖으로 날아가 다른 웅덩이에 빠지면 새로운 세계를 깨닫고 배웁니다."
그는 공부를 육체노동이라고 주장한다.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동화 어린왕자 속 지리학자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지리학자는 책상에 앉아서만 지리 공부를 합니다. 이 때문에 실제 현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죠.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처럼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지도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경험의 중요성을 깨달은 계기는 자신의 삶에 있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책을 통해 쌓은 관념적 지식이 정작 기업에서 적용되지 못했던 무력한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동안 옳다고 생각했던 머릿속 지식이 현실에서는 책대로 잘 안 된다는 점을 실감했다"며 "경험을 통해 얻는 지식이 진정한 공부"라고 했다.
◇시행착오 두려워 말고 메모하라
공부는 진로탐색과 연결돼 있다. 그는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경험이 없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절대로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교 경전 주역(周易)에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양적 축적을 통한 질적 반전'이라고 표현하는데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을 일으킨다는 뜻이죠. 우여곡절과 시행착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에요. 책에서 읽고 동경하던 직업인데 경험해보면 싫어할 수도 있고, 싫다고 생각하던 일을 막상 해 보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요."
유 교수에 따르면 청소년과 대학생 시기는 숙성이 필요한 시간이다. 하루를 되돌아보며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 때 가장 몰입하고 행복했는지'를 생각하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 평생 공부할 분야를 찾을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메모다.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적어두고 그 의미와 교훈을 정리하면 학습효과까지 높일 수 있다.
그는 "실패담을 써 보는 것도 더 많은 것을 배우는 데 효과적"이라며 "학생들에게 실패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토의하는 방법도 실제 교육현장에서 쓰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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