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 채비에 들어갔다. 특검팀은 금주 초 특별검사보(補) 4명과 파견검사 진용이 완비되는 대로 검찰의 수사 기록 검토를 시작하고 이르면 내주 중 관련자 조사 등 실질적인 수사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대치빌딩(가운데) 전경. 이 빌딩의 17~19층에‘최순실 국정 농단’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누구?]

특검팀은 4일 서울 선릉역 인근 대치빌딩 3개 층을 임차해 특검 사무실로 사용하기로 가(假)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조만간 조사실, 증거분석실, 회의실, 피의자 대기실 등을 설치하는 내부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 특검은 "주말 동안 수사팀 구성 문제와 업무를 어떻게 나눌지를 계속 구상하고 토론했다"며 "수사 기록 검토는 특검 사무실 준비가 끝나기 전에라도 제3의 장소를 정해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특검은 4명의 특별검사보 후보로 검사 출신 6명과 판사 출신 2명을 청와대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5일 중 이 가운데 4명을 특별검사보로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사 출신으로는 이재순(사법연수원 16기), 박충근(17기), 이용복(18기), 임수빈(19기), 양재식(21기), 최운식(22기) 변호사가 추천됐다. 이들은 박 특검과 과거 검찰에서 손발을 맞췄거나, 로펌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물들이다.

이재순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에서 사정비서관을 지냈고, 박충근 변호사는 검사 시절 조폭·마약 등 강력 사건 수사통으로 손꼽혔다. 박 특검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강남' 소속인 양재식 변호사는 검사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박 특검과 호흡을 맞춰 박 특검의 뜻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이용복 변호사는 2012년 디도스 특검 때 특검보를 했다. 최운식 변호사는 검사 시절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장을 맡았고, 임수빈 변호사는 이명박 정권 때 'PD수첩 사건'을 수사하다가 지휘부와 마찰을 빚자 검찰을 떠났다.

판사 출신으로 추천된 문강배(16기) 변호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BBK 특검' 때 특검보를 지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장을 지낸 이규철(22기) 변호사는 박 특검과 한때 같은 로펌에서 근무해 가까운 사이다.

박 특검은 "4명의 특검보와 파견 검사들이 파트별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특검팀의 수사 대상은 크게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 대기업들이 낸 돈과 관련한 뇌물 혐의 수사,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등 비리 혐의 수사, 최순실씨와 문고리 3인방의 국정 농단 수사,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수사 등이다.

법조계에선 특검팀이 상당 기간 '대기업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2일 박 특검이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할지가 수사의 관건(關鍵)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대통령은 물론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낸 대기업들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와 특검, 대기업들과 특검 간에 '장외(場外)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이끄는 파견검사팀도 기업 수사에 밝은 특수부 출신들 위주로 구성될 전망이다. 한동훈 부패범죄수사단 2팀장, 양석조 대검 사이버수사과장, 이명신 방위사업수사부 팀장, 윤석열 검사와 함께 국정원 댓글 수사를 했던 이복현·단성한 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박 특검은 "법무부에 우선 파견을 요청한 검사 10여 명이 선발대 역할을 하고, 다른 10명에 대해서도 곧 파견 요청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