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징계를 받고 좌천된 윤석열(56) 대전고검 검사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게 됐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1일 윤 검사를 향후 특검에 파견될 현직 검사 20명의 팀장으로 파견해 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 검사가 박 특검의 '영입 1호'가 된 셈이다.
박 특검과 윤 검사는 2006년 대검 중수부장과 중수부 연구관으로 호흡을 맞춰 현대차 비자금, 론스타 사건을 수사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최대의 기업 비리 수사로 불렸던 현대차 비자금 사건은 검찰 수사관들이 비밀 금고 위치까지 정확히 파악해 압수 수색을 했을 정도로 확실한 제보와 탄탄한 내사(內査)가 바탕이 됐다. 그 제보를 입수해 내사를 벌인 사람이 윤 검사라는 사실이 나중에 알려졌다.
윤 검사는 1991년 서른한 살에 사시에 늦깎이 합격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의 대학 1년 후배인데 사시는 7년 늦다. 하지만 검사 초년병 때 서울지검 특수부에 발탁돼 대형 사건 수사를 많이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중수부 1과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두 차례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겨눴다. 처음은 2003~2004년 대선 자금 수사였다.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남기춘 중수부 1과장 등과 함께 노무현·이회창 캠프의 불법 대선 자금을 파헤쳤다.
두 번째는 현 정권 출범 첫해인 2013년 벌인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원치 않는 수사였다. 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 수사를 주장해 법무부와 마찰을 빚었다. 그는 그해 가을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서 상관인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일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고 고검으로 좌천됐다.
국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검찰) 조직을 사랑하느냐. 사람에게 충성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그가 "대단히 사랑한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답한 일이 두고두고 검찰 안팎에서 회자됐다. 그는 3년째 검찰 내에서 한직(閑職)으로 분류되는 고검(대구·대전고검)에서 근무해왔다.
이 때문에 그가 특검팀에서 파견 검사 팀장을 맡게 되면 현 정권에 대해 한풀이를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박 특검은 "그런 건 영화에나 나오는 얘기"라며 "윤 검사가 복수(復讐) 수사를 할 사람이면 뽑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박 특검은 "윤 검사가 '저는 제발 빼주십시오'라고 극구 사양했는데 내가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고 했다.
박 특검은 이날 윤 검사 인선을 출발로 특검팀 구성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특검보 4명에 대해서도 "추천받은 분도 있고 생각해둔 분도 있는데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전날 이 사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를 담당한 부장검사들은 대부분 특검 파견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기소한 사람들에 대한 재판을 책임질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향후 특검 수사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법 처리 문제다. 박 특검이나 윤 검사는 친정인 검찰에 칼을 들이대야 할 수도 있다.
검찰 주변에선 박 특검이나 윤 검사의 수사 스타일로 볼 때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동시다발적으로 관련자들을 소환하면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고검장을 지낸 심재륜 변호사는 "지금껏 성공한 특검이 별로 없다"면서 "특검은 검찰이 여러 가지 사유로 건드리지 못한 부분에 집중해 수사해야 하고 검찰의 인력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