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휴대전화 번호가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명단 속 전화번호 다수는 실제 의원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오후부터 구글을 통해 '20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락처 및 주요키워드'란 제목의 문서가 공유됐다. 새누리당 소속 20대 국회의원 129명(탈당한 김용태 의원 포함)을 '성향(친박·중립·비박)'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입장', '주요키워드'와 '휴대전화' 항목 등으로 구분해 정리했다. 네티즌들은 이 문서를 '새누리당 살생부'라고 부르며 공유했다. 이 명단을 만들었다는 한 대학생은 "새누리당의 탄핵 찬성표를 끌어내기 위해서"라고 작성 동기를 밝혔다.
기자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문서 제작자' A씨는 자신을 "국회나 정당 관계자가 아닌 평범한 공대생"이라고 밝혔다. A씨는 "평소 정치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시국에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여당의 탄핵 찬성표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평범한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서에는 주요 개인정보인 휴대전화 번호도 있었다. '출처불명'이라는 단서를 달아놨지만, '탄핵 반대'로 표기해놓은 의원 16명의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니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실제 사용하는 번호였다. 번호가 다른 2명 역시 과거에 이용하던 번호였다. A씨에게 국회의원들의 전화번호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물어보니 "휴대전화 명단이 나온 인터넷 주소를 제보받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실제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된 의원들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박성중 의원은 1일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벽 3시에 전화를 받아 잠도 못 잤다"고 밝혔고, 한 지역구 의원은 "전화가 쉴새 없이 쏟아져 아예 휴대전화를 꺼놓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성호 변호사(법무법인 비트)는 이번 유출 건에 대해 "현행법상 개인정보는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하고, 수집 목적 내에서만 이용해야한다"며 "법적 제재가 가능해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어수선한 시국 분위기도 있고, 유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법적 제재가 이뤄진다 해도 벌금이나 집행유예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