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유전병이 많고 많다. 유전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임신과 출산은 두려움 그 자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식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강인수 교수가 유전병 가계에서 대물림을 차단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삼성가 유전병도 대물림 막을 수 있어

지금으로부터 8년 전, 한 방송사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120㎝ 엄지공주’가 건강한 아들을 낳는 과정을 가감 없이 소개했다. 엄지공주 윤선아 씨는 조그만 충격에도 마치 달걀껍데기가 부서지는 것처럼 뼈가 쉽게 으스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었다. 그녀는 동갑내기 건강한 남자와 결혼했지만 자연임신으로 자식을 낳으면 이 병이 그대로 유전될 확률이 50%였다. 과연 그녀는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그녀는 건강한 자식을 낳기 위해 ‘착상 전 유전진단법(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 이하 PGD)’을 이용한 시험관아기 시술에 도전했다. 그리고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PGD시험관은 생식의학과 유전학이 접목된 놀라운 최신기술이다. 일반 시험관 시술이 체외에서 수정된 배아(수정란)를 자궁 내에 이식하는 데서 끝이라면, PGD시험관은 자궁 안으로 이식하기 전에 배아의 유전자검사를 거친다. 수정된 지 3일째 혹은 5일째가 되는 배아에게서 레이저로 세포를 떼어내 염색체 또는 유전자를 검사한 후에 건강한 배아만을 자궁에 이식하는 기술이다. 대물림될 수 있는 치명적인 유전질환이 PGD시험관 덕분에 예방된다. 유전병 때문에 자식 낳기를 기피하는 부부나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부부에게 PGD시험관은 그야말로 자연의 법칙을 향한 한판 승부수가 아닐 수 없다.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강인수 교수(63)는 8년 전 엄지공주에게 건강한 아들을 낳게 해준 주인공으로 시험관아기 시술 28년 차인 불임 전문 의사다. 지금까지 그가 해온 체외수정술의 상당 부분이 PGD시험관이었다.

이재현 CJ회장은 물론 삼성가 사람들 중 여럿이 앓고 있다는 샤리코-마리-투스병(이하 CMT병)은 발병 원인이 뭔가요?

CMT병은 말초신경질환인 유전병입니다. 다양한 연령에서 증세가 생기는데, 몸의 균형을 잡기 힘들고 다리 근육에 힘이 없어져요. CMT병이 진행되면 발과 발목에 형태 변화가 일어나서 걷기가 어려워집니다. 더 심해지면 다리의 근육들이 점차 약해지고 손힘도 약해져서 글쓰기조차 힘들어져요. 감각도 떨어져서 온도에 대해 둔감해질 수 있어요. CMT병은 세 가지 형태로 유전이 돼요. 우성질환, 열성질환도 있는데 X염색체를 통해서 유전되는 경우도 있어요. 엄마가 보인자로 있다가 아들에게 50% 확률로 전해주게 되는 거죠. 불행하게도 완치 방법과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데다 자식에게 대물림될 수 있는 질환이지요.

CMT질환자라도 PGD시험관 시술로 건강한 자식을 낳을 수 있나요?

그럼요. 1996년부터 CMT병뿐만 아니라 다른 유전병인 경우에도 PGD시험관을 통해 건강한 배아만을 골라서 이식받을 수 있어요.

PGD시험관 시술은 유전병이 있는 집안에서는 정말 희망이겠어요.

그렇죠. PGD시험관은 2가지 이유로 권해요. 첫 번째는 부부 중 누구라도 염색체 이상이 있는 경우예요. 염색체에 이상이 있으면 임신이 되더라도 유산이 반복될 수 있거든요. 유산이 두세 번 이상 일어나면 부부에게 염색체검사를 권합니다. 잦은 유산으로 인해 소파술을 자꾸 하면 자궁 내 유착, 폴립 발생, 태반 잔류, 내막 손상 등으로 다음 임신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래서 PGD시험관을 권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부부와 가계에 유전병이 있는 경우입니다. 유전병이 있으면 자식에게 발현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거든요. 우성질환이면 환자로 태어날 확률이 50%까지 높아져요. 열성질환이어도 자녀 중 25%는 환자가 될 수 있고, 자녀 중 절반은 보인자가 됩니다. 보인자가 되면 또 유전병이 손자 손녀 대(代)에 나타날 수 있어요. PGD시험관 덕분에 골치 아픈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거죠.

기형아거나 염색체 이상인 태아인데 유산되지 않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잖아요.

생명현상은 굉장히 끈질겨요. 비정상적인 수정란인데도 자궁에 착상될 수 있어요. 비정상 수정란도 최선을 다해 세포분열을 해서 살려는 의지를 보이는 거죠. 대부분의 비정상 수정란은 임신 12주 이전에 자연도태(유산)가 되지만, 소수는 기형을 가진 채 태어날 수 있어요. 특히 염색체 이상 중에서도 아주 복잡한 염색체 이상(복합염색체재배열)인 사람이 있습니다. 태어나기 어려운 사람인데 태어난 경우죠. 하지만 이런 사람도 PGD시험관으로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유전병이 없어도 이 말을 들으면 한쪽 가슴이 서늘해진다. 유전은 단순히 곱슬머리와 쌍꺼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쁘든 좋든 DNA는 자자손손 그 형질이 대물림될 수 있다. DNA는 영원하다.

몸을 만드는 설계도인 DNA에는 몸을 만드는 정보, 즉 세포 제작방법(단백질 제조법)이 수록되어 있다. 건축으로 설명한다면 DNA는 집을 지을 수 있는 설계도면인 셈이다. 이 소중한 DNA는 단백질에 감겨서 염색체 안에 잘 보관되어 있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염색체는 23쌍, 즉 46개다. 2개의 성염색체를 제외하면 44개의 염색체(22쌍)가 몸을 만드는 설계도가 된다. 유전학에서는 ‘우리 몸 세포의 DNA를 직선으로 이어붙인다면 지구에서 태양을 수십 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라며 ‘한 사람의 46개 염색체 안에는 이중나선구조를 형성하는 DNA(유전자)가 약 3만5천여 개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강 교수 역시 “염색체는 DNA가 꼬부라지고 응축되어 있는 큰 덩어리”라며 이런 설명을 덧붙인다.

“인공위성으로 아래를 확대해서 내려다본다고 가정합시다. 건물들이 쭉 짝을 이루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게 바로 염색체입니다. 빌딩이라는 거대구조가 염색체인 거예요. 1번 건물, 2번 건물… 그렇게 22번 건물까지 각각 쌍으로 되어 있어요. 나머지 한 쌍의 건물은 성염색체입니다. 몇 번째 건물의 몇 층, 몇 호실, 몇 번째 서랍에 있는 파일에서 유전자를 읽어냅니다. 유전자는 염색체에 비해 극히 미세한 구조라고 볼 수 있죠. 그 미세한 유전자에서 한 부분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유전병이 생기는 겁니다.”

염색체 이상이라는 건 빌딩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네요.

그렇죠. 잘린 염색체 한 부분이 다른 염색체에 가서 붙거나(전좌), 염색체가 두 군데 잘린 후 뒤집혀서 붙는(역위) 경우입니다. 가장 흔한 것이 염색체 전좌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두 빌딩이 잘렸는데, 그 잘린 부분이 서로 상대방의 빌딩에 가서 붙는 거예요. 염색체 전좌라도 건강상으로는 별문제가 없습니다. 사고하고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고 신체적으로도 지장이 없어요. 필요한 건물 부분이 없어지거나 추가된 게 아니고 수의 균형이 맞으니 건강한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죠.

염색체가 한 쌍이 아닌 하나나 셋인 경우라면 문제가 되겠네요.

아… 그건 문제가 커요. 염색체가 하나라면 대개 임신 초기에 자연도태가 돼요. 만약에 셋이라면 임신이 되긴 해도 심각한 기형이나 다운증후군 같은 기능적 장애가 올 수 있어요.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염색체 이상을 모른 채 살 수 있는데, 그러다 염색체 이상이 있는 자식이 태어나면 정말 당혹스러울 것 같아요.

그렇죠. 첫아이가 기형이거나 염색체 이상으로 문제가 있으면 그 근원이 어디에서 왔는지 추적해야 해요. 부모가 염색체검사를 반드시 해봐야 합니다. 태아에게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상이라면 재발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부모로부터 내려왔다면 재발 가능성이 높아서 PGD시험관을 해야 합니다. PGD시험관을 받으러 오는 부부들 중에는 첫아이 때 경험으로 인해 둘째아이는 PGD시험관 시술로 임신하겠다는 부부들이 꽤 있습니다.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도 염색체 이상인 경우지요?

다운증후군은 상염색체(성염색체를 제외한 나머지 염색체) 중 21번이 정상인보다 한 개 더 많아서 염색체가 총 47개가 된 경우입니다. 한편 클라인펠터 증후군은 성염색체가 비정상인 경우예요. 클라인펠터 증후군이 되면 보통 사람들보다 X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남성이 됩니다. 터너 증후군은 보통 사람보다 성염색체 X가 하나 적은 여성이고요. 특히 다운증후군 같은 염색체의 수적 이상은 생식세포가 감수분열 되는 과정에서 염색체가 정상적으로 분리되지 못한 경우에 생깁니다. 산모의 연령이 높을수록 가능성이 높아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산모가 20세인 경우 다운증후군 등의 염색체 수적 이상이 될 확률은 1500분의 1인 반면, 40세 여성의 경우 60분의 1이라고 합니다. 건강한 아기를 낳는 데 있어서 만혼(晩婚)이라는 조건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유전병 있다면 계획임신 해야

통계상 한국에서는 연간 신생아가 42만~43만 명이 태어나고, 이들 중 약 2%(약 9천4백여 명)는 유전병을 안고 태어난다. PGD시험관 시술이 희망적인 이유는 유전병 혹은 염색체 이상인 부부가 대물림을 막고 건강한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수정된 지 겨우 3~5일째 된 배아라면 완전하게 발달한 개체가 아니다. 세포를 떼어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괜찮습니다. 1980년대에 영국에서 쥐의 배아로 실험을 했죠. 그때 4개 세포에서 2개를 떼어내면 발육이 제대로 안 되지만, 4개 세포에서 1개를 떼어내면 배아가 발육하고 정상으로 태어나는 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나왔어요. 또 사람은 8개 세포에서 1~2개를 떼어내도 괜찮다는 게 증명이 되었고요. 최근에는 수정된 지 5일째인 포배기 때 생검을 해요. 포배기 배아는 태반이 될 세포만 레이저로 떼어내니까 태아에게 더 안전합니다. 기형률도 PGD로 태어난 아기들, 일반 체외수정으로 태어난 아기들,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아기들과 비교하면 비슷해요. 배아세포 일부를 떼어내더라도 기형률은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증거인 거죠.”

수정란(배아)의 세포분열은 자기복제의 파노라마다. 단순히 세포가 2개-4개-8개-16개로 나누어지는 게 아니라 DNA를 복제하면서 분열된다. 즉 새로 생긴 세포의 DNA 염기서열이 최초 세포의 DNA 염기서열과 같다. 만약 세포분열 과정에서 자기복제에 문제가 생긴다면 생명이 될 수 없다. 세포가 자기복제를 거치며 끝없이 분열해나가는 데에는 미토콘드리아의 힘이 큰데, 난자에게만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가 분열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발전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생명잉태에 있어서 정자는 DNA 50%를 보태는 게 끝이지만, 난자는 자신의 DNA 50%를 보태고 세포질과 미토콘드리아를 사용해 생명으로서 뻗어나간다. 생물학적으로 생명잉태의 99%가 난자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PGD 검사 결과는 100% 신뢰할 수 있나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지만 PGD의 정확도는 100%가 아닙니다. PGD시험관에서는 배아에게서 떼어낸 단 하나의 세포 속에 있는 극미량의 DNA로 검사를 합니다. 세포 하나당 DNA가 6피코그램(Picogram)밖에 안 돼요. 피코그램은 1조분의 1그램이거든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적은 양의 물질이에요. 이 적은 양의 DNA를 많이 증폭시켜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증폭이 잘 안 되거나 다른 이물질 DNA가 들어가면 오진이 될 수 있어요. 또 유전자는 쌍을 이룬 염색체 양쪽을 다 봐야 합니다. 만약 유전자 한쪽이 증폭이 안 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돌연변이 쪽 유전자가 증폭이 안 되면 정상이라고 잘못 판정이 날 수 있고, 이는 곧 오진으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유전병 PGD를 할 때에는 오진에 대비해 철저하게 조사해서 들어가야 하는 거죠.

PGD시험관 시술에서 임신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PGD시험관을 하는 이유에 따라 달라요. 유전병으로 PGD를 하는 경우에는 성공률이 비교적 높습니다. 자기 집안 내력을 알고 있으니 비교적 젊을 때 찾아오죠. 특히 아내가 젊으면 난자를 많이 키울 수 있어서 수정란을 10개 이상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유전병인 경우 절반은 건강한 배아거든요. 임상적 임신율이 48~50%쯤 되지요. 반면, 염색체 이상인 경우에는 임신율이 좀 낮습니다. 유산 경험이 많거나 고령부부인 경우가 많아요. 여성이 나이가 많으면 난자가 적게 나오니까 정상 배아율이 낮아집니다.

이렇듯 유전병 혹은 염색체 이상인 부부에게 희망적인 시술이지만 한국에서는 제한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다른 나라에서는 그 어떤 유전병이든 PGD시험관을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렵거든요. 그러다 보니 유전병이 있어도 시술을 받을 수 없는 부부가 부지기수입니다. 초창기에 정부가 PGD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수 있는 유전질환을 64종만 허용했어요. 유전병 6천여 종 중에서 극히 소수만 허용을 한 거죠. 국제학회에서 세계적인 PGD 학자들이 우리나라 발표자(의사)에게 “왜 한국에서는 수많은 유전병 중에서 64종만 허용하느냐?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참으로 당혹스럽고 난감했습니다.

지금은 규제가 많이 풀리지 않았나요.

요즘 160여 종을 허용하고 있어요. 법 때문에 해프닝이 많습니다. 기억에 남는 부부가 있어요. PGD시험관을 했는데 임신에 실패했어요. 그러다가 법이 생겼을 때에는 해당 유전병이 리스트에서 빠진 거예요. 법 때문에 할 수 없게 된 거죠. 시간이 좀 지나서 법에서 허용이 되었을 땐 환자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고, 부부의 나이도 많아진 상태였어요.

허용 기준이 달라질 필요가 있겠네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단일유전질환으로 통칭되는 유전병은 수천 종에 이릅니다. 현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허용하는 배아 및 태아에게서 유전검사를 할 수 있는 유전병은 약 160종으로 한정돼 있는 거죠. 어떤 유전병은 허용되고 유사한 다른 유전병은 허용이 안 된다면 법으로 차별하는 것이 아닐까요? 배아와 태아에게서 검사할 수 있는 유전질환은 적어도 1천여 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PGS(Preimplantation Genetic Screening)시험관 시술도 많이 하더군요. PGS는 PGD와 어떻게 다른가요?

PGD는 부부에게 염색체 이상이 있거나 유전병이 있을 때 하는 검사이고, PGS는 부부에게 염색체 이상이 없지만 태아에게 염색체 이상이 생길 수 있는 위험군일 때 하는 겁니다. 요즘은 검사 테크닉이 발달해서 PGD를 하더라도 PGS까지 할 수 있어요.

PGD시험관과 PGS시험관은 조금 달라요. PGD시험관은 부모가 몇 번 염색체에 이상이 있다면 배아에서 그 몇 번만 파악하고, 또 유전질환이 있다면 유전자가 담긴 그 염색체만 확인합니다. 반면, PGS시험관은 전 염색체를 다 검사할 수 있어요. 수정된 배아 중에서 염색체 수에 이상이 없는 배아를 찾는 거죠. 부부가 정상인데 자꾸 유산이 되면 PGS시험관을 통해 정상 배아를 골라서 이식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최근에는 부부가 정상인데도 유산이 된다는 이유로 PGS시험관을 너무 과하게 권하는 것 같습니다.

PGD는 염색체 이상이 있거나 유전병이 있는 부부에게 적극 권합니다. 반면, PGS는 권하는 기준이 있어요. 나이가 너무 많거나 습관성 유산을 두세 번 이상 경험했거나 반복적 착상 실패를 했다면 해볼 만해요. 시험관 시술을 할 때 체외에서 5일간 배양한 수정란 하나를 자궁 내에 이식하는 추세거든요. 하나 이식 받는데 PGS로 정상 배아를 골라서 이식하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PGD시험관과 PGS시험관을 한다고 해도 양수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되거나 중간에 심장이 멎는 경우가 꽤 있던데요.

오진이거나 태아의 이상인 경우입니다. 착상 전에 유전자검사는 100% 정확하지 않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합니다. 유전질환이 있거나 염색체 이상이 있다면 대물림에서 벗어나야 하잖습니까. 그게 목표예요.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는 자연임신보다 PGD시험관이 훨씬 안전합니다. 우성 유전병이 있는 상태로 자연임신을 하면 50%가 유전이 됩니다. PGD를 하게 되면 50%의 위험성이 2~3%로 낮아지는 거예요. 또 오진이 아니라도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태아가 형태적으로 안 좋으면 유산이 되니까요.

강 교수는 “집안에 유전병이 있다면 무작정 임신하지 말고 꼭 계획임신을 해야 한다”며 “유전병 대물림을 끊고 건강한 자식을 낳을 수 있는 PGD시험관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PGD시험관은 정말 현대과학의 산물 같은 의술입니다. 자자손손 대물림되는 치명적인 유전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입니까. 한 집안에 유전병이 생기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위축되기 쉽고, 열등감과 경제적 손실이 무척 커요. 저는 간혹 피터팬을 떠올립니다. 후크선장이 피터팬에게 졌을 때 이렇게 말하잖아요. ‘앞으로 너의 자녀, 또 그 자녀에게까지 쫓아가면서 계속 괴롭힐 거다’라고요. 이보다 더 무서운 말이 어디 있겠습니 까. 그 말을 들은 피터팬이 힘을 내서 후크선장과 끝까지 싸워 이기죠. 그때의 기분을 제가 느끼고 삽니다.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고 연락이 오면 후손의 후손까지 쫓아가서 괴롭히겠다던 후크선장을 물리친 기분이 들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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