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8년만에 석유 생산량 감축에 합의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가가 60달러를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감산 합의 내용이 얼마나 제대로 이행될지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OPEC은 30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장장 9시간의 회의를 개최한 끝에 하루 석유 최대 생산량을 3250만배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최대 생산량에서 약 120만 배럴 줄인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OPEC 회의 결과가 알려진 뒤 유가가 9% 이상 급등했다고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또 대규모 감산을 결정한 이번 OPEC 회의 결과가 2년 이상 지속된 유가 폭락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고 WSJ은 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과 국제 원유 가격은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런던 ICE 거래소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는 한달만에 처음으로 50달러를 넘었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9.3% 오른 49.44달러를 기록했다.
OPEC이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세계 석유 생산량의 약 1%가 줄어들 전망이다. OPEC은 또 러시아를 포함한 비회원 산유국들도 하루 평균 60만 배럴의 추가적인 감산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다수의 석유 시장 관계자들은 오는 2017년이면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해왔다고 WSJ는 전했다. 이번 OPEC 협상이 그 과정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유가가 6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 투도르 피커링 홀트의 댄 피커링 자산관리부문 투자총괄은 “이번 협의는 유가 회복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에너지 리서치 컨설팅 업체인 에너지에스펙트는 이번 협상으로 2017년 1분기까지 유가는 60달러를 넘는 가격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므리타 에너지에스펙트 센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감산 합의로 원유 시장은 빠르게 균형을 되찾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이언 토드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들은 60달러 안팎이 스윗스팟(sweet spot·최적지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합의가 석유 시장의 공급 과잉 현상에 의미있는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이라고 WSJ는 전했다. 합의의 시행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WSJ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OPEC 회원국들이 자국의 생산량을 거짓으로 밝히면서 최대 생산량을 초과한 경우가 종종 있었고, 이들이 협의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고 해도 그것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해지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의 그렉 셰어나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만약 이번 합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내년 중반까지 석유 공급량이 다시 급등할 것이고, 시장에도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이슨 보르도프 콜럼비아대학교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 책임자는 “언론이 이번 합의의 의미를 너무 과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이번 합의가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셰일 가스가 석유 감축량을 대체할 수 있다”며 “최근 몇달 동안 셰일가스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미국의 셰일가스 시추 장비가 꾸준히 늘었고, 이는 대규모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보르도프 책임자는 또 “일부 셰일가스 생산업체들은 비용을 절감해 배럴당 5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OPEC과 석유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의 셰일 시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