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고 남은 재료로 피클을 만들었어요. 김치 맛보다 더 기대돼요."
"아이들이 고춧가루 넣은 김치보다 백김치나 피클을 더 좋아해서 올해는 김장김치보다 백김치 비율을 늘렸어요. 이북식 김치처럼 빨간 대추와 견과류를 첨가하니 인증샷 비주얼도 '굿'이네요!"
요즘 주부들 커뮤니티와 SNS는 온통 김장 얘기로 넘쳐난다. 지난해와 달라진 풍경이 있다면, 김장김치의 전형인 배추김치 대신 고아한 자태를 뽐내는 '변종 김치'들이 등장했다는 것! 깻잎을 간장과 식초에 절인 깻잎김치를 비롯해 우엉김치, 사과&파무침 김치, 양배추김치, 파프리카김치 등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입맛이 변하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김치도 변했다는 증거. '어려운 김치는 가라'를 펴낸 요리 잡지 '수퍼레시피'의 이소민 본부장은 "배추김치, 동치미를 담그기 어려워하는 젊은 주부들은 겉절이류나 피클처럼 쉽게 만들 수 있는 이색 김치류를 선호한다"며 "서구화된 식단에 맞게 김치 재료도 미나리, 파프리카, 토마토 등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미쉐린 1스타 맛집으로 선정된 강남구 신사동의 한식 레스토랑 '하모'는 얼마 전까지 곁들임 반찬으로 '단감김치'가 인기였다. 제철 단감을 얇게 썰고 고춧가루 등 양념과 함께 넣어 겉절이처럼 무쳐낸 김치다. '하모' 관계자는 "단감김치는 익으면 쉽게 물러지기 때문에 그때그때 무쳐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며 "지금은 단감철이 지나 갓김치를 내는데 단골들 중에선 단감김치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무국적 술집'이란 콘셉트를 내세운 박찬일 셰프의 '광화문 몽로'에선 점심 식사 때 '알타리 피클'을 곁들여낸다. 모양은 영락없는 알타리 절임인데 짠맛보다는 새콤달콤하면서도 담백하다. 파스타부터 닭튀김까지 다양한 요리와 궁합이 잘 맞아 '리필'이 쇄도하는 반찬이다. 박찬일 셰프는 "만드는 법은 일반 피클과 비슷한데 알타리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알싸한 맛이 있어 서양식 피클보다 한층 깔끔한 맛"이라며 "좀 더 매콤하게 즐기고 싶다면 할라피뇨를 갈아 넣어주면 된다"고 귀띔했다. 알타리의 뽀얀 색감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피클물(물:설탕:식초=2:1:1)을 끓인 후 식혀서 붓고, 담근 후 2~3일 지나 먹는 게 맛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1층에 있는 뷔페 레스토랑 '그랜드 키친'은 겨울 메뉴로 인삼백김치를 선보였다. 김칫소에 인삼을 잘게 썰어넣어 먹다 보면 인삼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손병훈 그랜드 키친 셰프는 "인삼백김치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아 일반 배추김치보다 빨리 익는다"며 "며칠 지나면 군내가 날 수 있기에 싱싱할 때 바로 먹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