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국정 농락에 가담한 차은택씨 변호인이 27일 "차씨가 최순실 소개로 2014년 6~7월쯤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기춘 실장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를 만났다"고 밝혔다. 최씨가 차씨에게 공관 주소를 알려주면서 가보라고 해서 갔더니 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차씨는 한 달쯤 뒤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그간 "최씨를 모른다"고 했던 김 전 실장 주장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또 차씨 변호인은 차씨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 최순실씨와 함께 김 대표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맞는 얘기"라고 했다.
그간 최씨와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아무 견제를 받지 않고 전횡을 일삼을 수 있었는지가 큰 의문이었다. 그런데 차씨가 최순실씨 소개로 김 전 실장을 만났고 우 전 수석 장모와 최씨가 골프를 하는 사이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우 전 수석은 김 전 실장 밑에서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을 지냈다. '최순실-김기춘-우병우'로 이어지는 연결 관계가 최씨 국정 농락이 방치·비호된 배경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김 전 실장은 1979년 중앙정보부가 최태민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핵심 간부였다. 그의 딸 최순실 존재를 모를 리 없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거의 유일하게 신임한 비서실장이다. 그런 사람이 박 대통령 곁을 40년가량 지킨 최씨의 존재와 행태를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얼마 전 이병호 국정원장은 국내 담당 국장이 최씨 정보를 우 전 수석에게 직보한 정황이 있어 감찰 중이라고 했다. 우 전 수석이 최씨 국정 농락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다. 지난 5월엔 민정수석실이 최순실 관련 조사를 하려다 돌연 중단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이 제 할 일을 했으면 최순실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검찰이 '최순실-김기춘-우병우 커넥션'의 전모를 밝히지 않으면 이 사건은 끝나지 않는다.
입력 2016.11.28.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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