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에 直報 의혹 국정원 국장, 검찰도 내사 시작]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3일 우병우(49) 전 민정수석이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을 알면서도 묵인·방조했다는 혐의(직무유기 등)를 규명하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을 압수수색 했다.
서울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있는 특별감찰반은 검찰과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사정(司正)기관 직원 20여 명이 파견돼 고위 공직자 비위 감찰과 첩보 수집 등을 담당한다.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지난달 29일과 30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사무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사무실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검찰은 K스포츠재단이 지난 5월 말 롯데로부터 70억원을 받았다가 6월 초 돌려주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수사 정보를 유출한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비위를 내사(內査)하던 특별감찰반 직원들에게 내사 중단을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금융거래 내용을 추적해 그가 변호사 시절 소득을 제대로 신고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 최순실씨 등이 개입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삼성의 2인자'로 불리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의 사무실에서 관련 자료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북 전주의 국민연금공단 본사와 서울 강남의 기금운용본부 사무실,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의 사무실도 압수수색 하고, 홍 전 본부장을 소환 조사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진행됐다. 삼성물산 대주주(지분율 11.21%)였던 국민연금은 두 회사 합병에 찬성했는데, 청와대 등의 외압에 따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최근 불거졌다. 검찰은 국민연금에 '청와대의 뜻'을 거론하며 합병을 찬성하라는 압력을 넣은 의혹을 받고 있는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국민연금의 삼성 지원이 최순실씨의 요청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드러날 경우 두 사람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 최씨의 독일 회사인 비덱스포츠에 35억원, 최씨 조카 장시호(37)씨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 등 모두 255억원을 최씨 측에 지원했다.
그러나 삼성은 해명 자료를 내고 "합병 당시 외국 투기 자본인 엘리엇에 의해 삼성의 경영권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도 그 같은 여론에 따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삼성은 이어 "합병의 진짜 열쇠를 쥐고 있었던 것은 국민연금의 2배 지분율(22.32%)을 보유한 일반 소액 투자자들이었다"며 "삼성이 소액 주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끝에 합병 찬성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도 했다.
한편 검찰은 "변호인(유영하 변호사)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오는 29일까지 조사를 받으라는 대면(對面) 조사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요청서에는 조사 장소는 특정하지 않았으며 시점만 명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