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석 원장

기상청에 따르면 올 겨울에는 황사와 함께 유입된 국외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미세먼지의 공포가 또 한 번 찾아올 전망이다. 미세먼지는 비염과 천식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과 염증성 질환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최근 대기오염이 심각해짐에 따라 이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기오염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여러 질환의 치료와 관련된 한 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연구는 천식과 비염, 폐섬유화 치료에 쓰이는 한방제재 추출물(PGT)이 호흡기 객담의 생성 및 분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으로 서효석 원장,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 이충재 교수, 이현재 연구팀이 진행했다. 연구를 통한 흰쥐 실험 결과, PGT가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유발된 호흡기 염증(객담의 과다분비증) 및 블레오마이신 유발성 폐섬유화증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그동안 한의학계에 이와 유사한 결과의 연구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학술지 평가 기준인 SCI급 저널에 게재된 논문은 많지 않았고 대부분 단일제재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는 한방제재 추출물(PGT)인 복합제재 연구이고, 지난 10월 SCI급 논문에 게재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연구에 사용된 한방제재 추출물은 비염, 천식, 폐섬유화 치료에 쓰이는 복합 한방제재인 편강환(편강탕)의 추출물로, 인동덩굴꽃, 맥문동, 사삼, 창이자, 권백, 숙지황 등 총 6가지이다. 6가지 약재는 두 번 증류한 탈이온수 500㎖에 적셔 100℃에서 150분 동안 달였다. 추출액은 살균 거즈를 이용해 두 번 걸렀으며 회전식 진공 증발건조기에서 농축 후 동결 건조했다. PGT 1g은 여섯 가지 약재를 혼합한 65g에서 얻은 것으로 실험 때까지 70℃에서 보관됐다. 연구팀은 먼저 흰쥐를 블레오마이신과 이산화황 두 집단으로 나눠 30마리의 각각 집단을 대조그룹과 실험그룹 등 총 6개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먼저 블레오마이신이란 보통 동물 실험을 할 때 폐손상이나 폐섬유화를 일으키는 물질로 쓰이는데, 연구팀은 흰쥐에게 폐섬유화를 유발하기 위해 투여했다. 또한 이산화황은 무색의 유독가스로 공기 중에 섞여 있을 때 눈이나 목이 따갑고 심하면 호흡곤란과 기관지염을 유발하는 물질로, 연구팀은 흰쥐에게 염증성 호흡기 질환을 유발시키기 위해 사용했다.

블레오마이신을 투여해 콜라겐 침전과 같은 섬유화 등의 조직병리학적 변화가 감지된 폐섬유화 집단에게 연구팀이 PGT를 구강 투여 하자 폐섬유화증의 정도가 완화됐다. 특히 PGT를 많이 주입한 집단일수록 그 완화 폭이 컸다. 폐섬유화증을 일으키는 물질인 하이드록시프폴린 지수도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의학계에서 그동안 스테로이드제제를 폐섬유화 완화제로 사용해 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통해 한약과 같은 전통적인 약리학제인 PGT가 블레오마이신으로 유발된 폐섬유화증을 유의하게 완화시킬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스테로이드의 장기 사용 시 뒤따르는 부작용을 고려하면, 한약과 같은 전통적인 약리학제는 충분히 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효석 원장은 "비염, 천식, 폐질환 치료에 쓰이던 PGT가 대기오염으로 인해 유발되는 다양한 호흡기 질환의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충재 교수는 "아직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물론 한계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향후 한약이 여러 염증성 호흡기 질환의 증상 및 조직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완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힌다면 한약은 앞으로 훌륭한 잠재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