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의사

지카와 메르스 등 신종 질병 대처에는 백신과 치료약, 진단 키트가 필수적이다. 이 같은 신기술 개발은 시간과 재원, 정치적 의지를 필요로 한다. 일본의 '글로벌헬스기술진흥기금(GHIT)'과 유사한 민관 협력 기금을 조성하면 연구개발에 드는 혁신적인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 정부와 다수의 선도적 바이오 제약 기업, 여타 투자자가 공동 투자해 설치되는 기금으로, 급성장하는 생명공학 산업을 촉진하고, 세계 보건 분야에서 한국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

일본 GHIT는 매우 성공적이다. 보건후생성과 외무성,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일본 기업 5곳의 공동 투자로 2013년 설치됐다. 초기에 정부가 전체 1억달러의 절반을, 기업과 게이츠재단이 각 25%씩 투자했다. 기금에 투자한 기업은 5개에서 16개로 늘었으며, 올해 일본 정부는 1억3000만달러를 추가로 출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은 70여 개의 유망한 신약, 백신, 진단약 개발에 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한국에도 성공적인 민관협력파트너십 사례가 있다. 신풍제약은 게이츠재단과 말라리아의약재단(MMV)의 후원으로 말라리아 신약을 개발했다. 필자가 몸담은 비영리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는 한국, 스웨덴, 게이츠재단의 지원으로 콜레라 백신을 개발해 국내 바이오 기업인 유바이오로직스에 기술을 이전했다. 올해 유니세프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2018년까지 최대 1억1500만달러의 수출을 확보할 전망이다. 먼저 백신 100만 도스(dose)가 최근 허리케인으로 콜레라가 확산된 아이티로 긴급 수송되었다. 말라리아와 콜레라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성과지만, GHIT 기금은 이 모델을 주요 질환에 폭넓게 적용하게 된다.

한국 GHIT 기금 투자로 개발되는 제품은 세계 보건에 중요한 제품이 될 것이다. UN의 보건 관련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를 지원하겠다는 한국의 의지를 상징하고, 글로벌 보건 안보구상(GHSA)의 차기 의장국인 한국의 리더십을 더욱 부각시킬 것이다. 개발된 제품은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며,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들은 세계 보건 과제에 혁신 기술을 적용할 기회를 갖게 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인류의 건강과 바이오산업의 진흥으로 이끄는 성장 엔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