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른 아베, 17일 트럼프 만나러 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20분간 통화하며 미·일 관계를 '탁월한 파트너십'이라고 규정하고 "이 특별한 관계를 더 강화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을 포함한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년간 함께 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오는 17일 미 대통령 선거 9일 만에 뉴욕에서 처음 회담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가 페루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하는 길에 만나겠다는 것인데, 양측 간 기민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트럼프와 아베는 이번 첫 만남에서 내년 초 미·일 정상회담 개최 방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박근혜 대통령과도 통화하고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흔들리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도 했다. 대한(對韓) 안보 정책과 관련해서 그의 부정적 언급만 알려진 가운데 나온 의미 있는 언급이다. 하지만 형식적 수사(修辭)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박 대통령과 관련한 한국의 정치 상황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간 협의의 수준과 밀도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당장 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이 어떻게 될 것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우리 정치 상황은 단시간에 정리되기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 해도 외교와 안보까지 지리멸렬할 수는 없다. 트럼프도 한국과 한반도 정세의 맥락을 모르고 우리도 트럼프를 모르고 있다. 그의 독특한 세계관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미국의 새 외교 정책을 가늠할 수 없다. '미국 우선의 신(新)고립주의'로 대표되는 그의 생각과 그런 입장을 갖게 된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다.

미국과 같이 거대한 나라, 의회가 강력한 나라는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대외 정책이 급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팀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 중엔 존 볼턴 등 강력한 매파가 적지 않다. 볼턴은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 사람이다. '미국 우선'과 '강경 개입 정책'이 결합할 경우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의 한 안보 전문가는 트럼프 당선 후 본지 인터뷰에서 "내가 한국의 외교·안보 책임자라면 미국에만 안보를 의존하는 한국의 국방 구조를 당장 뜯어고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말이 미국 전문가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인이 보기에도 우리 안보의 미국 의존은 지나치다. 그래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에 국가 전체가 놀라고 있다. 결코 정상이 아니며 언젠가 정말 놀라는 일을 당할 수 있다. 미국만 보고 사는 국방부 수뇌부와 군 지휘관들부터 깊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