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을 입은 캐릭터들간의 성행위 장면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항소 4부(부장판사 심재남)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0)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부분적으로 무죄판결을 내렸던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들은 외모가 만 19세 미만으로 보이고 교복을 착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배경 또는 줄거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이전의 학교생활을 전제로 해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한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유죄를 선고받은 김씨는 2011년 10월부터 2013년 9월까지 경북 칠곡군 자택에서 음란 동영상 7만3967개와 성인 애니메이션 17개를 184만여 차례 온라인 웹하드 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을 맡았던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6단독(판사 신원일)은 음란 동영상을 올린 혐의에 대해서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교복을 입은 캐릭터들이 나오는 성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이 무죄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명백히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규정한 아청법이 주관적이고 모호하다며 “캐릭터가 아동·청소년인지 여부를 외적 형태로 판단할 것인지, 스토리에 나타난 설정으로 판단할 것인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아동·청소년이 표현물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경우에만 아청법 처벌 대상으로 봐야한다며, 실제 아동·청소년이 관여하지 않은 성인 애니메이션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또 "애니메이션에 흔히 등장하는 요괴·반인반수와 같은 상상의 캐릭터나 춘향전 등 성적 표현이 불가피한 고전 또는 신화를 원작으로 한 경우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현재 아청법으로는 전혀 알 수 없다"며 아청법의 공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실제 아동·청소년으로 오인할 수 있거나 이들을 상대로 한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일으켜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수준"으로 규정해 가상의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