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하야(下野)를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29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다.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노동·시민단체들로 이뤄진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2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중 총궐기가 열리는 11월 12일까지 서울 도심에서 최순실 게이트 규탄 및 박근혜 하야·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투쟁본부는 29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 '#내려와라 박근혜 범국민대회' 집회를 갖겠다고 신고했다. 당초 신고 인원은 2000명이었지만, 투쟁본부는 최소 1만명 이상이 집회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과 각종 국가 기밀은 물론 부동산 개발 등 이권 사업에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각종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 시민까지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촛불 집회 주최 측은 이날 집회부터 세(勢)를 결집해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민중 총궐기' 집회까지 매일 저녁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촛불 집회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당 차원에서 집회 참여를 결정하고 당 지도부가 모두 참석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당 차원에서 참여하지는 않지만 개별 의원의 참가를 막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야당 지도부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집회와 선을 긋는 행보를 보였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장외로는 안 나간다"며 "민심이 들끓는 것을 심정적으로는 이해하나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더 혼란이 오고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촛불 집회 참석 여부와 관련해 "아직 정치권에서 그렇게 나서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나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잠재적인 대선 주자들도 대부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집회에 최소 4000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폭력 사태나 도심 교통 마비 같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수천명의 경찰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번 집회가 최씨 관련 의혹이 본격적으로 보도된 이후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서 개최되는 것인 만큼 규모나 강도 면에서 집회가 격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사흘째 이어졌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는 28일 성명서를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자신과 가신들을 위해 권력을 사유화했다"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경희대·광운대·전남대 교수들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를 비롯해 연세대와 서강대, 한국외대, 서울교대 학생들도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과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