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시아준수와 함께 중국 패션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고 싶습니다.”
베이징의 종합 예술구 798에서 열리고 있는 차이나패션위크 행사에서 26일 패션쇼를 진행한 이주영 넘버텐세븐(no.10/7)대표 디자이너의 포부다. 이날 중국패션협회 초청으로 베이징에 온 5명의 한국 디자이너들이 K패션을 알리는 그룹 패션쇼를 진행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공모를 통해 뽑은 30~40대 디자이너들이다. 뉴욕 패션쇼를 진행한 중견과 중국 무대에 처음 데뷔하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섞여있지만 한결 같이 한류 연예인들과 짝을 이뤄 협업으로 만든 패션 작품을 선보였다.
백덕현 패션산업연구원장은 “과거 우리 패션업체들은 한국에서 팔던 의류를 들고 중국에 와서 팔려고 했다”며 “중국을 잘 아는 디자이너와 연예인들의 협업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첫 시도”라고 말했다.
이주영 디자이너는” 2005년에 론칭한 남성정장 레주렉션을 통해 2년 전부터 중국 시장을 노크해왔지만 제대로 하기 위해 올 3월 중국만을 겨냥한 넘버텐세븐을 만들었다”며 “20~3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스포티함을 추구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광저우에 상설 쇼룸도 개설했다는 이 디자이너는 “3~4개 중국 의류업체들이 벌써 접촉해오고 넘버파이브세븐이라는 짝퉁까지 등장할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길게보고 사업을 같이 할 좋은 중국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패션쇼에 참가한 배우 홍수아와 함께 중국향 패션 의류를 선보인 강진주 워크웨어 (Workwear) 대표 디자이너는 “2010년 브랜드를 론칭했지만 연예인과의 첫 협업 작품을 중국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게 됐다”며 “그동안은 사업의 80%를 내수에 치중해왔는데 중국 공략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태용 비욘드클로젯(Beyond Closet) 대표 디자이너는 한국 예능에도 출연해 중국에도 잘 알려진 패션모델 장기용과 협업한 비욘드클로셋 제품을 이번 패션쇼에 선보인 것을 계기로 중국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2년 뉴욕에서도 패션쇼를 진행한 고 디자이너는 지난해 한국의 패션유통업체 브랜드익센스와 만든 합작사 비욘드클로셋컴퍼니를 통해 최근 팬콧 브랜드를 중국 업체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좋은 중국 파트너를 알게됐다며 중국 시장 공략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패션모델 김기범과 협업으로 이번 패션쇼 작품을 선보인 티키(Tiki)의 김영균 대표 디자이너는 2012년 론칭한 브랜드이지만 중국 무대는 처음이라며 글로벌 스트리트 컨셉으로 개성이 강한 포인트를 활용해 중국의 20~30대를 잡겠다고 밝혔다.
동림의 김진선 대표 디자이너는 2013년 론칭한 브랜드 몰리올리(molliolli)를 배우 이하늬와 협업해 새로운 선보인 작품을 이날 패션쇼에서 선보였다.
이들 5명의 디자이너는 특히 모두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이 티몰에 입점한데 이어 향후 2주간 중국의 이태원거리로 통하는 산리툰에 있는 타이쿨리 쇼핑몰에 ‘K패션프로젝트 인 베이징 팝업 스토어’도 공동 운영한다. 25일 개막한 차이나패션위크는 11월2일까지 진행된다.
1997년 시작된 차이나패션위크는 매년 3월과 10월 두차례 열리는데 2011년 글로벌 패션쇼 최대 후원사인 메르체데스 벤츠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면서 중국의 간판 패션쇼로 부상했다.
패션컨설팅업체 한글로벌어소시에이츠 한영아 대표는 “차이나패션위크에 한국 디자이너들이 패션쇼를 연 경우는 적지 않지만 이렇게 단체로 초청을 받아 그룹 패션쇼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16일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패션위크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컵셉코리아 행사를 통해 김태근 이광호 디자이너 등의 패션쇼를 진행했다. 중국의 급성장하는 패션시장을 잡기 위한 한류 디자이너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