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한 시신의 유골은 대개 납골당에 모시거나, 요즘은 마무 또는 화초 밑에 묻어 수목장을 치르기도 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이의 유골로 컵·그릇 등의 식기(食器)를 만들어주는 예술가가 있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이 24일 보도했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산타페에 사는 예술가 저스틴 크로는 미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작년에 처음으로 약 200명의 유골을 구해 식기를 제작했다. 그는 그릇을 만들고서 ‘뼈 딜러’들로부터 구한 유골을 유약과 함께 그릇 표면에 발라 “노리쉬(Nourish)”라는 이름의 식기 세트를 완성했다. 이 세트는 실제로 한 만찬회에서 사용됐다. 저스틴은 “일상에서 ‘죽은 이에 대한 기억’을 담은 식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이 “아버지 유골을 주면, 그걸로 커피잔이나 그릇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며, ‘맞춤 제작’을 문의해 왔다. 사람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자, 저스틴은 사랑하는 이의 유골로 식기를 만드는 회사인 ‘크로니클 크리메이션 디자인(Chronicle Cremation Designs)’을 차렸다.
시신을 화장하면 1.8~2.7kg의 유골이 나오는데, 저스틴은 이 중 그릇 표면에 바를 코팅용(用)으로 100g 정도만 요구한다. 유골은 식기가 가마에 구워질 때 녹으면서 코팅의 일부가 된다. 완성된 식기는 방수(防水)·방열(防熱)이 돼, 사용 시 ‘성분’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인간 유골을 구성하는 화학성분이 일반적인 도자기 유약의 구성성분과 같이 ‘천연 재료’이기 때문이다.
저스틴은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고, 식탁 위의 ‘유골 코팅 식기’를 보면서 떠난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든 이가 그의 이런 의도를 곱게만 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유골을 훼손하다니, 지옥에나 가라”고 저주한다고, 저스틴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