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배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탄생'의 순간은 모든 이가 일생에 한 번에 겪는 과정이다.
그런데 몸에 있는 종양 탓에 일단 엄마 뱃속을 나와서 종양 제거술을 받고, 다시 뱃속으로 들어갔다가 태어난 아기가 있다고, 미국 ABC 방송이 21일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주 플레이노에 사는 임신 16주차 임신부인 마거릿 보머는 병원에서 아기 린리의 건강을 확인하는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가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초음파 사진에서 태아의 꼬리뼈 부근에 종양이 있는 것이 발견됐기 때문.
발견된 종양은 ‘천미부 기형종(sacrococcygeal teratoma)’이란 종양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악성으로 변하고 태아의 신경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종양은 갈수록 커져 23주차에는 태아의 심장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종양이 계속 자라서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사망하는 것보다 수술을 받는 편이 생존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다고 판단한 의료진과 엄마 마거릿은 임신 24주차에 태아의 종양 제거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임신 6개월도 안 된 태아를 수술하기는 쉽지 않았다. 아직 신체 형성이 완전하지 않아 자궁 밖을 나오는 순간 생명이 위험할 수 있고, 이는 산모에게도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의료진은 엄마 마거릿의 자궁을 열고 태아를 공중에 든 채로 수술을 진행했다. 태아가 바깥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진은 20분 만에 종양을 제거했다. 그리고 수술을 마친 태아를 다시 마거릿의 자궁 안으로 넣는 데 성공했다. 집도의인 카스 박사는 “태아를 자궁 밖으로 꺼내 수술을 하고 다시 자궁 안으로 넣는 것이 성공한 건 ‘기적’같은 일”이라고 밝혔다.
엄마 마거릿은 12주 더 태아를 품을 수 있었고, 제왕절개로 린리를 출산했다. 엄마 마거릿은 “린리는 사실 두 번째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다”며 “태아를 자궁 밖으로 꺼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린리를 살리기 위해 감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건강하게 태어난 린리는 생후 8일 차에 다 제거되지 않은 종양 일부분을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그리고 회복 기간을 거쳐 현재 엄마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자라고 있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