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6시 33분쯤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번동파출소 김창호(54) 경위가 폭행 사건 용의자인 성병대(46)가 쏜 사제 총을 맞고 쓰러졌다. 김 경위는 곧바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이날 오후 7시 40분쯤 사망했다.
[전자발찌란?]
경찰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20분쯤부터 "누군가 망치로 사람을 때리고 있다" "총소리가 났다"는 112 신고가 15차례 접수됐다. 성병대가 말다툼을 벌이던 부동산 업자 이모(67)씨를 총으로 쏘고 망치로 때리는 장면을 목격한 시민들이 신고한 것이었다. 부동산 업자는 총에 맞지는 않았다. 김 경위는 6시 29분쯤 현장에 출동했다가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성병대에게 총격을 당했다.
성은 김 경위를 쏜 뒤 추격해온 다른 경찰들에게도 10여 차례 총을 쏘며 저항했다. 경찰은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발사해 성을 체포했다. 주변 시민들도 성을 체포하는 데 힘을 보탰다. 성은 서바이벌 게임용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별다른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검거 현장에 있던 성의 가방에서는 사제(私製) 총기 16정과 칼 7개, 사제 폭발물 등이 발견됐다. 이 총들은 쇠파이프와 나무, 고무줄을 이용해 만들었고 화약과 연결된 심지에 불을 붙여 쇠구슬 탄환을 쏘는 구조였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에 올라온 총기 제작 동영상을 보고 성이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입수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성은 성폭행과 폭력 등 전과 7범으로, 2003년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다가 범행 직전 이를 끊었다.
순직한 김 경위는 지난 1989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해 지난해 6월 모범공무원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등 총 24회 표창을 받았다. 김 경위의 아들도 현재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의경으로 복무하고 있다.
작년 2월에도 경기 화성시 남양파출소장 이모(43) 경감이 전모(75)씨가 쏜 엽총에 어깨를 맞고 사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 클릭 몇 번이면 사제 총기 조립 방법을 자세히 알 수 있다"며 "더 이상 우리나라가 총기 청정 국가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