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으로 쌀이 남아돌고 쌀값이 떨어지자 정부는 초과 생산량을 전량 사들이기로 했다. 이미 175만t에 달하는 쌀 재고량이 올 추수가 끝나면 200만t을 넘게 된다. 적정 비축량(72만t)의 세 배쯤 된다. 사상 최대 재고량인데도 정부와 여당은 농민들을 달래기 위해 국민 세금 6000억원가량을 들여 초과 생산량 30만t도 마저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7조원어치 정도의 쌀이 생산된다. 그 쌀값을 떠받치려고 매년 3조원도 넘는 국민 세금을 쓴다.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이라니 농민은 준(準)공무원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그렇게 해서 남는 쌀은 또 창고에서 예산 써가면서 묵힌다. 아무리 쌀 농사가 특수하다고 해도 이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이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다 안다. 뻔히 알면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 역시 전형적인 한국병(病)이다.
일본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 결국 아베 정부는 2010년 도입한 쌀 직불제를 시행 4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직불제는 쌀값 하락으로 농민이 손해 보지 않게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일본도 농민들의 '식량 안보' 논리가 강한 나라이지만 개혁을 해냈다.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다. 만성적인 공급 과잉을 야기하는 현행 쌀 직불제는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
쌀값이 떨어져도 정부가 직불제로 보전해주는 데다 기계화율도 높아 쌀 과잉 생산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행 쌀 직불제는 재배 면적에 따라 직불금을 주기 때문에 대농(大農)과 소농(小農) 간 형평성 문제도 야기한다. 직불제를 도입한 2005년 이후 10년간 농지 임대료가 20~44% 올랐다. 직불금으로 보전해준 소득의 상당 부분이 농지 소유자 몫으로 돌아간 것이다. 직불금 도입 이전에 평균 781만원이던 쌀 농가 소득이 도입 이후 평균 666만원으로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정부도, 정치권도 농민들 반발을 의식해 근본적 해법을 미뤄온 결과가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