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전의 새 역사가 시작됩니다."

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엄지인 아나운서의 소개말과 함께 국립국어원의 온라인 국어사전인 '우리말샘'(opendic.korean.go.kr) 개통식이 열렸다. '우리말샘'은 사용자들이 직접 어휘의 뜻과 정보를 더하거나 고칠 수 있고, 관용구·속담·역사 정보는 물론 사진·동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담고 있는 '사용자 참여형 국어사전'이다. 국립국어원은 570돌 한글날(10월 9일)을 나흘 앞두고 이날 개통식을 열었다.

시범 등록자로 나온 대학생 허성문씨는 '재능 나눔'이라는 단어와 함께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개인의 재주와 능력을 대가 없이 내놓는 일'이라는 뜻을 직접 입력했다. 허씨는 "모든 국민이 '우리말샘'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한국어 지식을 많이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재능 나눔'을 골랐다"고 말했다.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립국어원의 개방형 온라인 국어사전 ‘우리말샘’ 개통식에서 참가자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기관 정보] 국립국어원은 어떤 기관?]

우리말샘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50만 단어에 신어(新語)와 생활 용어, 지역어와 전문용어 등을 보태서 모두 100만 단어를 담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2010년부터 7년간 '우리말샘'과 '한국어-외국어 학습사전(10개 언어)' 편찬 사업 등에 예산 220억원을 투입했다.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은 "'우리말샘'이 우리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개통한 '우리말샘'에 들어가 보니, '개방형 온라인 사전'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새로운 단어가 많이 보였다. '그루밍(grooming)족'은 '자신의 패션이나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이르는 말', '꿀피부'는 '꿀을 바른 듯 윤기가 흐르고 촉촉해 보이는 피부'라고 소개하고 있다. '갑질(상대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자가 상대를 호령하거나 자신의 방침에 따르게 하는 짓)' '꽃청춘(다시 돌아오지 못할 인생의 한때를 보내고 있는 아름다운 젊은 남녀들)'처럼 시대상을 반영하는 신조어도 적지 않았다.

'우리말샘'을 통해 변화하는 언어 현실을 발 빠르게 반영하고자 하는 취지는 좋지만, 자칫 '이 사전에 실린 단어들은 모두 표준어'라고 사용자들이 오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소인배'의 반대말로 올라온 '대인배(大人輩)'와 '역대에 남을 만한 등급'이라는 의미로 쓰는 '역대급(歷代級)'이라는 단어도 '우리말샘'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무리'를 뜻하는 '배(輩)'라는 말이 폭력배·불량배·모리배·시정잡배처럼 주로 부정적인 말에 쓰이기 때문에 '아량이 넓고 관대한 사람'이란 뜻으로 '대인배'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급' 역시 '대대로 이어 내려온 여러 대(代)'라는 뜻의 '역대'와 '계급이나 등급'을 뜻하는 '급'이 합쳐진 것으로, '역대에 남을 등급'이란 뜻의 신조어이지만 말 자체로는 의미가 잘 통하지 않는다.

이처럼 현재 '우리말샘'에 실린 100만 단어 가운데 절반인 50만 단어만 표준어에 속한다. 국립국어원은 국어심의회 등 여러 단계의 전문가 심의를 거쳐 표준어로 인정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반영한다. 송철의 원장은 "표준국어대사전에 한국어의 규범이 담겨 있다면, '우리말샘'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