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19개월 내리 감소하다 8월에 간신히 회복됐던 수출이 한 달 만에 도로 뒷걸음쳤다. 이제 무언가 반전 계기를 잡았나 하는 한 가닥 기대가 희망 사항으로 끝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잠정 집계한 9월 수출액은 409억달러. 작년 9월(434억달러)보다 5.9% 감소했다. 작년보다 조업 일수가 줄어들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3.7% 줄었다.
특히 무선 통신 기기(-27.9%), 자동차(-24.0%), 선박(-13.6), 석유 제품(-13.4%) 등 주력 수출 품목이 부진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 현대차 파업 같은 악재 때문이다. 산업부는 자동차업계 파업이 9월 수출 증가율을 2.6%포인트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휴대전화 수출 감소는 0.9%포인트, 선박 인도 물량 감소는 0.8%포인트씩 수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수출은 돈도, 자원도 없는 대한민국을 경제 기적으로 이끈 최대 원동력이다. 1964년 11월 30일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이후 온갖 파도를 넘으며 2011년 12월 5일 수출입을 합한 무역 규모가 1조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와중에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1조달러 무역 대국'이 됐다. 4년간 지켜온 무역 1조달러는 지난해 저유가 등의 여파로 수출입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맥없이 무너졌다. 무역 1조달러는 올해 더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1~9월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5% 줄었고, 수입은 10.7% 감소했기 때문이다.
세계 무역이 다 부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가 받는 충격은 다른 선진국과 같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남은 4분기 수출의 회복세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은 여간 심각하지 않다. 세계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각국에서 보호무역주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주력 시장인 미국·중국으로의 수출은 일시적 위기가 아닌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 경제는 1~2년 전부터 좋아졌다지만 주로 내수 서비스 업종이 이끄는 회복세여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수입은 별로 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완제품 수출이 계속 줄어들면서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 9월에도 중국·미국·EU 지역으로의 수출이 다 마이너스였다.
이렇게 바깥 파도가 험한데도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강성 귀족 노조들은 위기엔 눈감고 생산 라인을 볼모로 돈을 더 내놓으라고 파업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5위를 유지해왔던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생산량은 올 들어 인도에 밀려 6위가 됐다. 독일·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수출국이라는 지위마저 내주게 생겼다. 올 들어 자동차 수출이 작년보다 14.4% 줄어들어 멕시코에도 추월당했다. 반세기 수출입국(輸出立國)이 이렇게 무너져가고 있다. 정치권과 기업, 노동계 모두가 희생해야만 이 내리막을 멈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