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연 작가, 공근혜갤러리에서 10월 23일까지 개인전 열어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현실주의 회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화가 민정연이 10월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독특한 상상력과 개성 있는 색감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로, 한국에서 개인전은 7년 만이다.
2006년 공근혜갤러리를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 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누에고치’와 ‘내 영역을 확장하다’ 작품으로 전세계 콜렉터의 주목을 받는 아시아 커팅엣지(cutting edge·젊은 작가들의 작품 경매) 작가로 떠올랐다. 2012년 프랑스 생떼띠엔느 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한 제3회 메세나 청년 작가상을 받으며 3개월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공간의 기억’을 타이틀로 프랑스에서 겪은 많은 일상의 변화들을 화폭에 담았다.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현실주의 회화 같다.
공근혜 대표는 “민정연 작가는 기하학적인 것과 유기적인 것 등 서로 비슷하거나 다른 요소들의 공존 방식에 대해 탐구해왔다”며 “각 사물과 사물, 공간과 공간의 연결은 감성을 깊이 자극한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자신의 의식 세계를 바탕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이분법의 개념을 하나의 공간 안에 위치시켜 누구도 경험한 적이 없는 작가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작은 점이나 선으로 이루어진 뭔지 모를 형상들은 극사실적으로 표현된 건축물이나 낯익은 공간에 스며든다. 내부와 외부의 구분은 모호해지고, 서로 뒤섞이거나 대립 충돌하며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문다.
이번 전시는 파리에서 남프랑스로 이주하면서 나온 작품이다. 길에서 마주친 공간의 겹들과 기억의 사슬들, 자신의 내면과 외면의 공간이 서로 얽히고 만나는 연속적인 경험이 작품 안에 스며 있다.
전시 오프닝에서 만난 민정연 작가는 작품 ‘길’에는 이사하는 느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불안감, 되돌아가고자 하는 마음, 그러나 낯설음에 대한 설레임을 동시에 표현학 싶었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작업을 주로 하다가 어느 순간 인물이나 나레이션의 코드를 빼고 형태(폼·form)에 집중하도록 했다. 깃털 같기도, 그리고 사자 같기도 한 이 그림은 공간의 형태를 집합적으로 표현한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어머니의 초상’에 대해 민정연 작가는 “어머니의 얼굴이 아닌 성격(캐릭터)을 그렸다. 내가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갔다. 아이 앞에서 흔들리지 않은 모습만 보이려고 단호하고, 규칙적이고, 깔끔하게 행동하지만, 막상 나의 내면은 한없이 불안하다. 차갑고 단단한 외면과 억눌리고 불안한 어머니의 내면을 그림에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공근혜 대표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1년 이상의 긴 시간을 요하는 만큼 그동안 민정연의 전시를 기다려온 국내 팬들에게 한층 더 성숙미가 더해진 작가의 신작을 선보인다"며 "특히 이번 전시에는 캔버스의 평면과 연결된 조각 설치 작품을 통해 회화 작품을 실제 공간으로 끌어낸 독특한 입체작업을 처음으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2017년 2월 7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 오리엔탈 미술관에서 열리는 민정연 개인전에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