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체이스 앤 컴퍼니는 지난 2012년 뉴욕타임즈가 실행한 설문조사 결과 연봉과 삶의 질을 고려한 전체적인 명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신의 직장'이라 불렸다. 그런데 JP모간에서 일하던 한 43세 한국인 남성이 그곳을 떠나 ‘물리치료사'가 되겠다고 나서 주목을 받았다.
블룸버그(Bloomberg)는 JP모간 한국 지사에서 일하던 데이비드 임(43)씨가 새로운 직업을 위해 지난 2월 은행을 퇴사하고 학교로 돌아가 늦깎이 신입생이 됐다고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적지 않은 나이인 43세의 중년 남성이 이런 결정을 내린 원인에 대해 한국의 금용 산업이 글로벌 동종 업계에 비해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급격한 노령화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 헬스케어 산업이 뜨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임 씨는 JP모간 한국 지사에서 7년 간 영업 사원으로 일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월 은행을 퇴사하고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교의 보건학과에 입학했다. 임 씨는 “한국은 빠르게 노화하는 중이고, 사람들은 점점 더 건강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졸업 후 한국에서 개인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로 ‘직업 수명'을 꼽았다. 그는 “물리치료사는 60대 이상이 되어도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 산업은 수익성 악화와 경제 성장 둔화, 기업 디폴트(채무 불이행) 증가 등 여러 문제에 의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 씨와 같은 금융업 종사자들은 좀 더 안정적인 고용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의 금융 부문에 대한 고용 규모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5년 10월 까지 1년 동안 3.3% 줄어들었다. 대표적인 금융 강국인 미국, 홍콩, 영국의 금융 부문 고용 규모는 같은 기간 1.9% 증가에 그쳤다.
반면 한국에서 헬스케어와 기술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한국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 경제 대국으로 성장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이 분야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1조3000억달러(약 1435조3299억원) 규모에 이르는 한국 주식 시장에서도 헬스케어와 기술 기업 관련주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의료와 IT 분야가 긍정적인 전망으로 보이고 있다”며 “양 산업은 최근 경제 상황에서 실제 성장이 가능한 몇 안되는 분야다”라고 말했다.
한국 통계청은 2060년까지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 기조로 한국 헬스케어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2분기 한국 국내총생산(GDP) 중 보건 및 사회 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8.1%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제 분야는 3.3%를 차지했다. 또 헬스케어 산업 분야의 고용 규모는 2014년 10월 부터 2015년 10월까지 1.3% 증가했다.
기술 산업 분야 고용 규모도 ‘창조 경제'를 주창하는 박 대통령의 관심을 바탕으로 지난 2014년 10월 부터 2015년 10월까지 6.4% 늘어났다. 한국 정부는 지난 9월 1일 소프트웨어 기술과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 지능과 스마트 자동차 등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기술 분야에 2017년까지 15조3000억원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임 씨와 같은 선택을 하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서 환율부문 책임자로 일했던 이정하(49) 씨는 20년 간 근무한 직장을 떠나 현재 서울 근교에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씨는 요양 자격증을 따기 위해 몇달을 공부했고, 1년 간의 현장 경험을 쌓은 후 지난 8월 요양원을 개업했다. 그는 “이 분야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가끔 이전 직장이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간다는 사실에 굉장히 신나 있다”고 말했다.
ING은행 서울지점에서 근무했던 유니스 김 씨도 지난 2011년 직장을 떠나 친척이 운영하는 IT 제조 기업에서 일했다. 그녀는 또 지난 5월 영국계 스타트업 기업의 한국 지사에 합류했다. 그는 그 회사를 선택한 이유로 유연한 근무 환경과 성장 잠재력을 꼽았다. 김씨는 “나는 이전 직장을 떠난 것에 아무런 후회가 없다”며 “내 일을 즐기고 있고 매일 높은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