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합류로 티베트 제외 중국 전역 후커우 개혁 돌입...노동인구 감소세 역전 불확실
중국 도시화 초기 후커우개혁 주저한 사이 주택 가격 급등...농촌 귀향하는 농민공 늘어

중국의 후커우(戶口, 호적)개혁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지만 도시의 노동인구 부족 우려는 줄지 않고 있다. 부동산 과열 탓이다. 도시화 초기 후커우 개혁을 주저한 탓에 뒤늦은 후커우 개혁을 통해 도시 노동력과 소비를 창출하려는 당국의 노력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베이징이 후커우 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중국에서 도시와 농촌의 후커우 구분을 취소한 곳이 상하이 등 30개 성과 시로 늘어났다고 반관영 통신사 중국신문망이 21일 보도했다. 티베트를 제외한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것이다. 중국 국무원이 2014년 ‘후커우 제도 개혁 의견’을 내놓으면서 지방정부에 후커우 개혁 이행을 지시한 이후 2년여만이다.

◆후커우 개혁이 노리는 다목적 효과

중국 선전의 농민공

후커우 개혁의 핵심은 농민공(農民工,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에 도시 후커우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다각적인 포석이 있다.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가속화에 대비해 현대화된 산업일꾼을 확보하고 새로운 소비와 부동산수요 창출의 의미가 있다.

중국의 도시인구는 7억50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중 2억5000만명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들이다. 이들은 도시 후커우가 없어 도시에 살긴 하지만 취업, 사회보장, 의료, 공공주택분양 등 공공서비스에서 차별을 받고 있고 계층간 불평등을 확대하면서 중국의 고질적인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이들에게 도시 후커우를 부여함으로써 빈부격차 해소 뿐 아니라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새 동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올 3월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중국의 도시화에 내수진작의 최대 잠재력과 경제 성장의 최대 원동력이 내재돼있다며 도시 후커우 등록 요건을 완화해 탈 농업인구의 도시 시민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 총리는 도시 후커우가 없는 상주인구에 주는 거주증의 실질 가치를 높여 취업 의료는 물론 자녀 교육 등에서 기본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후커우 개혁 효과개혁이 늦춰진데 따른 후유증

자료: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문제는 후커우 개혁이 과연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느냐에 있다. 후커우 개혁이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지만 농촌으로 되돌아가는 농민공의 추세를 되돌릴 수 있을 지 불확실한 탓이다.

모든 국가가 도시화율이 30~70% 에 있는 도시화 가속화 단계에는 농민들이 대거 도시로 이전한다. 2015년 중국의 도시화율은 56.1%로 도시화 가속화 단계에 있었다. 농민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야했지만 상반된 현상이 나타났다.

도시의 유동인구가 568만명 감소한 것이다. 농민공들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되돌아갔다. 50세를 넘기면 고향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왜 농촌으로 되돌아갔을까.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고위관계자는 부진한 후커우 개혁 탓으로 돌렸다.

“20여년 전 이들이 젊은 시절 도시로 왔을 때 도시의 후커우를 원했다. 당시 도시 후커우를 받았다면 교육 등 4대 보장 등을 통해 소속감을 갖게 돼 주택을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당시만 해도 부동산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농민공 등 외지인들에게 후커우를 주지 않았다.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미 50세를 넘긴 이들의 경우 도시 후커우가 생겨도 부동산 가격이 올라 주택을 구매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오히려 도시 후커우를 얻으면 농촌 토지를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이 더 크다. 그래서 서둘러 농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9일 발표한 ‘주요 70개 도시 8월 부동산 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조사대상 도시의 신규 주택가격은 전월보다 1.2% 상승했다. 월간 상승폭으로는 2010년 1월 이후 최대다.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비용 상승

중국의 인건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13.2% 상승했다. 농민공 임금상승률도 13.5%에 달했다. 같은 기간 노동생산성은 11.1% 증가에 그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과 국제노동기구(ILO)를 인용해 2015년 중국의 노동생산성은 1인당 7318달러로 전년 대비 6.6%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던 1999년 이후 최저치다. 노동생산성 악화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그런데도 도시엔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게됐다. 기업들이 제조업에 계속 투자하기를 꺼리는 이유중 하나가 됐다.

여기엔 인구구조 변화 탓이 크다. 과거 중국 경제엔 인구 보너스가 있었다. 노동인구(16~59세)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중국은 2011년 74.5%로 정점에 달했다. 국제수준(65%)보다 9.5% 포인트 높은 수준이 된 것이다.

하지만 2012년부터 노동인구 감소가 빨라지는 추세를 보였다. 2015년 노동인구는 487만명 감소했다. 노동인구 비중도 2015년 66.3%에 이어 올해엔 65%로 계속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경제가 누렸던 인구보너스는 이미 상실됐다는 지적이다.

후커우 개혁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부동산 과열 때문에 이 같은 추세가 역전될 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결국 문제는 부동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