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20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운영에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최순실(60)씨의 개입 의혹이 있다”며 대여(對與) 공세를 펼쳤으나 청와대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며 정면으로 부인했다.
2015년 10월과 올 1월 각각 설립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기금은 대부분 전경련 주도 아래 대기업들이 출연했다. 미르재단은 480여억원, K 스포츠재단은 280여억원의 기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시절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때 측근이었던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로 현재 이름은 최서원이다. 2년전 정국을 뒤흔들었던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의 당사자 정윤회씨가 최씨의 전 남편으로, 두 사람은 2014년 5월 이혼했다.
‘최순실 파문’은 이날 한겨레신문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가 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K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에 자신이 단골로 드나들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을 앉혔다”고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청와대는 즉각 “일방적인 추측성 기사”라고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내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박 대통령이 착용한 브로치와 목걸이, 악세서리 등을 최순실이 청담동에서 구입해 전달했다”고 했다. 조 의원은 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발탁한 것도 (우 수석과) 최순실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 정권은) 벌거벗은 임금님 세상”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답변에 나선 황교안 국무총리는 “모두 들어보지 못했고, 전혀 모르는 얘기”라며 “때문에 그 부분에 관해 말하는 것은 제한돼 있다”고 했다.
앞서 더민주는 이날 아침 원내대책회의에서부터 최씨 문제를 거론했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국민적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며 “두 개의 재단은 닮은 꼴이다. 신청 하루 만에 허가가 났다. 신청 서류를 보면 장소와 날짜만 다를 뿐 모든 기록이 같다. 유령총회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설립 허가와 기부금 모금 뒤에는 청와대의 모 수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아침 회의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교문위 소속 송기석 의원은 “두 재단의 설립 과정이나 인적 구성, 돈줄까지 의혹 투성이”라며 “더 놀라운 것은 인허가 당일 현판식을 했다. 이는 그 인가 내용을 알지 못하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가 뒤에서 움직이지 않고서, 정권 차원에서 조정하지 않고서 어떻게 (출연금이) 자의에 의해 모였다고 국민들이 믿겠나”라고 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모든 정황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통령이 공적인 권력을 사유화하고 개인적 이익을 위해 행사한 직권남용이며, 탄핵소추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의혹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두 재단의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증인 채택 문제 때문에 난항을 겪었다. 더민주는 핵심 증인을 부르자고 했지만, 새누리당 위원들은 이를 반대했다.
교문위 소속 더민주 도종환 의원은 회견에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증인들을 몇 명의 핵심으로 최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이마저도 채택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끝까지 증인 채택을 거부해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몰고 간다면, 이후 벌어질 모든 사태의 책임은 새누리당에 있다”고 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상임위 보이콧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것이다.
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에 ‘청와대의 지시냐’고 물었더니 ‘그건 말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죽어도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