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능력은 최근 대입에서 더욱 중요성이 높아지는 평가 요소 중 하나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학생의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는 대학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학은 학종 전형 안내사항에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한다'고 명시하며 그 비중을 높이고 있다. 대학뿐만이 아니다. 초·중·고교에서 기존의 주입식 교육 대신 의사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청소년에게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은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입시 전문가들과 함께 살펴봤다.
◇생각을 글로 쓰는 습관 들여야 말도 잘한다
대학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학생의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한다. 글과 말로 하는 의사소통 능력을 두루 살피는 셈이다.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 비중은 꽤나 높다. 서울 4년제 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면접 최저점수와 최고점수의 차가 당락을 바꿀 만큼 면접의 영향력이 크다"며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서 드러난 전공적합성, 종합사고력에 대한 점수를 믿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교생활기록부만 보고 입시 상담을 하면 (비교과 활동이 풍부하지 못해) 학종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은 학생도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 실제 합격증을 거머쥐는 경우가 있고 그 반대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해진 이유를 시대에 맞게 입시 제도가 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요즘에는 포털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정보 습득이 매우 빨라졌습니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능력도 중요해졌죠.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해 정보를 주고받는 의사소통 능력이 강조되는 건 당연하다고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보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입니다. 단순히 표현력이 뛰어나 말을 잘하는 것보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는 게 의사소통 능력의 핵심이며 면접의 핵심입니다. 특목·자사고 입시에서 면접을 보거나 수업 시간에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의사소통 능력이 강조되는 이유는 취업률을 고려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대학에서 능력을 갖추고 취업하거나 사회에 진출할 때 의사소통 능력은 가장 중요한 업무능력 중 하나다. 조직생활하지 않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직무능력을 표준화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의사소통 능력이다.
청소년기에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충분히 생각하고 이를 조리있게 정리한 뒤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부모님,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보는 것도 좋다. 말하기 전에 글로 써보면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조미정 김영일교육컨설팅 교육연구소장은 "평소에 생각을 정리한 뒤 말하고 글을 쓰는 습관이 중요하다"며 "깊은 생각을 하기 위해 책을 읽고 기억할 만한 내용을 기록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김희동 소장은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교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조언했다. "교내 경시대회, 진로탐색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등 다양한 학교 프로그램 중 단체 활동을 참여하세요. 자기의 생각을 친구들에게 말하고 그들의 생각을 듣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팀별로 소논문을 작성하는 활동은 자기가 맡은 부분을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각자가 맡은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수행평가서도 드러나는 의사소통 능력
최근에는 수행평가를 통해 중·고생의 의사소통 능력을 직간접적으로 성적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발표나 보고서 작성 등 의사소통 능력을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경기 성남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10년차 경력 국어교사 김희진(가명·37·경기 성남시)씨는 학기별로 신문 기사, 감상문 등 형식의 글을 쓰는 수행평가를 내준다. 그는 "대학 신입생 때 아무런 준비 없이 리포트를 써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 때문에 청소년기에 문학, 비문학적 글쓰기를 경험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 같은 수행평가를 낸다"고 했다.
지능지수가 높더라도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면 우수한 성적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 김영진(가명)군은 수학, 과학에 소질 있는 우등생이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평범한 학생들처럼 친구들의 생각을 공감하거나 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을 어려워한다. 예컨대 쉬는 시간에 윷놀이, 젠가 등 보드게임을 즐기는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친구들이 게임하는 도중에 껴들어 게임을 망치는 식이다. 김군의 담임교사 홍민영(가명·28)씨는 "머리가 좋다고 모두 다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다"며 "최상위권에서는 수행평가를 통해 우열이 갈리기 때문에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의사소통 능력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및 관리 지침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과목 특성에 따라 100% 수행평가로 성적을 매길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각 시도교육청은 의사소통 능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비경쟁식 토론수업을 확산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김경하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는 "비경쟁식 토론수업을 통해 학생의 생각의 폭을 넓히고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는 등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주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 밖에도 서울시교육청, 제주도교육청 등이 교실에서 질문을 활성화하는 수업 변화를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끼리 질문하고 답변하는 등 논의거리를 얘기하면서 서로 생각을 이해하는 기회를 주는 겁니다. 이전에는 말수가 적던 아이들도 이 수업을 통해 말문을 트는 경우가 생겼어요. 의사소통 능력의 핵심은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이에 대해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높은 수준의 토론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자기 수준에 맞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