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포스텍 교수의 3분의 1은 기업이 추천하는 연구 인력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개교 30주년을 맞는 포스텍의 김도연 총장은 기업 연구소 출신 교수를 임용하고, 학생들을 '무(無)학과 선발'하는 등의 대학 혁신안을 31일 발표했다. 한국 공대 교육을 개혁하는 실험이다. 그는 "지금 한국 대학은 기존의 틀을 깨야 하고, 교수와 학생들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학 일체' 교수를 도입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대학과 기업은 '각개약진식' 발전을 했다. 후발 주자로서 확실한 목표를 쫓아갈 땐 이게 효율적인 전술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어 우리 대학과 기업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관·분야 간 담을 낮추고 협력해야 한다. 예컨대 대학은 기업의 한계를 잘 아는 교수가 필요하고, 기업은 미래 산업을 연구해줄 인재가 필요하다. 특히 이공계 대학은 기업과 훨씬 더 많이 협력해야 한다."

―기업 출신 교수의 채용 기준은.

"논문 실적 위주로 채용하던 과거 기준을 벗어날 것이다. 논문 편수를 따지면 기업 연구소에 있던 사람을 데려올 수 없다. 특허나 실제 산업체 연구 실적, 사업 기여도 등을 따지겠다. 꼭 박사 학위 없어도 된다. 기업에서 인재를 추천할 때 그 사람이 어느 제품의 개발 및 사업화에 기여했는지 등을 평가해주면 우리도 그것을 실적으로 인정해 교수로 뽑겠다. 산학협력은 사실 내가 40여년 전 공대 교수가 됐을 때부터 논의돼 온 얘긴데 대학·기업 간 벽이 높아 현실화되지 못했다."

―산학 일체 교수가 산업계에는 어떤 도움을 주나.

"우리나라 기업은 그간 단기적 목표와 성과를 내는 데만 익숙했다. 이제 그 틀을 넘어서는 단계다. 장기적으로 10년 후를 내다보고 기술 개발에 들어가야 하는데, 기업이 대학과 함께 그런 연구를 한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교수 승진 제도도 파격적으로 바꿨는데, 기존 교수 사회의 반발은 없나.

"외국 대학의 교수 임용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이공계 교수들은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교수들끼리 '이제 우리도 파격적으로 20~30대 정교수가 나와야 한다'는 얘길 한다. 특히 이공계 대학인 포스텍에선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한국 대학은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금 무엇이 가장 시급한가.

"기존 '연구 중심'을 넘어 '가치 창출' 대학이 돼야 한다. 중국 대학들을 보라. 칭화대는 작년에 약 1500억원, 베이징대는 약 800억원의 이익금을 남겼다. 대학이 지식과 인재뿐 아니라 실질적 경제가치도 창출해야 한다. 산학협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여름방학을 3개월로 늘린 이유는.

"지난해 미국 MIT 졸업생 취업자 4명 가운데 1명은 스타트업(신생 벤처)에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거의 삼성·현대 들어가는 게 목표다. 우리 대학과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도전적이지 않다. 학생들에게 도전 정신을 심어주고자 170개 기업·연구소와 연계해 여름방학에 2개월 인턴십을 하도록 했다. 방학 기간을 늘려주는 대신,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치고 사회 경험을 쌓으라는 취지다. 이번에 275명이 참여했는데 수학과 학생이 포항제철에서 일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내년부터 신입생을 전부 무(無)전공으로 뽑는다고 했는데.

"아마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120~140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한다. '기계공학' 하나를 전공해서 평생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 대학은 이제 전공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람으로서 갖출 수 있는 총체적 능력을 교육해야 한다. 21세기엔 학과의 의미도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