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미디언과 꼴찌 경쟁을 벌인 리우올림픽 남자 마라톤 선수들의 성적에 대해 육상계에서는 "올림픽은 안중에도 없이 전국체전용 선수만 길러내는 한국 시스템이 문제"라는 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 마라톤 엘리트 선수 상당수가 전국 지방자치단체팀에 소속돼 있다. 이들 팀은 일차적 존재 이유가 전국체전에서 서로 경쟁하는 것이므로 '체전용 선수'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라톤 선수 출신 코치 A씨는 "많은 선수가 꿈 같은 올림픽보다 현실의 전국체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는 마라톤뿐 아니라 육상 대부분에 공통된 문제"라고 했다. A씨는 "지자체 팀 코치는 대부분 1~2년짜리 계약직이라 월급 주는 공무원들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코치 B씨는 "전국체전 성적이 안 좋으면 훈련비 등을 깎는 곳도 있다"며 "선수 한 명을 제대로 기르려면 최소한 4~5년은 걸리는데, 현실은 1~2년에 실적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기록을 깨기 위한 도전자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선수를 스카우트해 적당히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마라토너는 보통 1년에 2~3번 풀코스를 달린다. 선수와 코치는 '대회 쇼핑'을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전국체전을 빼면 입상 가능성이 높고 초청비, 포상금 등을 받을 수 있는 대회 위주로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경쟁이 심한 국제 대회는 자연히 뒷전이 된다.
코치 C씨는 "지금 현재 한국 마라톤 수준으로는 국제 대회에서 입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입상도 어렵고 부상 위험도 있는데 누가 나가서 최선을 다해 뛰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 때문에 국내에서 그나마 좀 뛴다는 선수들도 국제 대회에 나가면 성적이 느닷없이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직 실업팀 코치 D씨는 "중·고교 때 올림픽 메달을 꿈꾸던 선수 중에서도 엘리트 선수가 된 뒤 기록보다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꿈을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육상 전문가들은 전국체전 외에도 국가대표를 기를 수 있는 대회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선수들의 국제 대회 출전을 유도하기 위해 별도 포상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포상금 시스템을 달리해 큰 대형대회에 출전한 선수의 경우 우승을 못 하더라도 성적을 감안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