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3일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고발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 남용·횡령 혐의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누설 혐의에 대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일련의 사태는 진경준 전 검사장의 '126억 주식 대박'에서 출발했다. 그 주식을 산 돈이 넥슨의 뇌물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진 전 검사장은 7월 17일 구속됐다. 그런데 바로 그 넥슨이 우병우 민정수석 처가 보유 강남 땅을 2011년 매입했다는 사실이 조선일보 보도로 드러났다.
넥슨은 우 수석 처가 쪽이 제시한 1173억원보다 153억원을 더 주고 사들였다는 정황까지 나왔다. 우 수석과 진 전 검사장의 친분은 익히 알려진 것과 같다. 진경준씨가 작년 1월 검사장 승진할 때 민정수석실이 '88억대 주식 보유' 사실을 못 본 척 넘어간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 수석 처가의 강남 땅을 넥슨이 매입한 것이 과연 우연이겠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우 수석의 의경 아들 보직 특혜나 가족 기업 편법 탈세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검찰은 '강남 땅 매매' 의혹부터 밝혀야 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그런데 검찰은 우 수석 의혹을 조사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수사하겠다고 한다. 우 수석 의혹과 이 감찰관 문제를 같은 비중으로 취급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어이없는 일이다. 지난 19일 이 감찰관과 언론사 기자의 통화 내용이 유출된 후 청와대는 이를 '국기(國基)를 흔드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특별감찰관법상 '감찰 착수·종료 및 감찰 내용 공표·누설'이 금지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 금지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중요 사건인 경우 국민 알 권리를 위해 언론에 수사 진행 상황을 브리핑해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기자가 검사들을 상대로 수사 내용을 취재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다. 이 모든 것이 국기를 흔드는 것이라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취재 보도 자체를 그만두라는 것이다.
이 감찰관이 기자와 통화한 내용도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으로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다. 또 이 감찰관이 엇비슷하게 통화한 기자도 한두 명이 아니다. 이 감찰관의 설명은 거의 매일 있는 검사들의 브리핑과 다를 것이 없다. 이런 통상적인 일을 국기 문란이라면서 우 수석 의혹과 나란히 세워 수사한다면 의도적인 본질 흐리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날 특별감찰관이 다른 사건도 검찰에 넘겼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검찰은 '한 달 전쯤 특별감찰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1억원 사기 혐의로 고발해 수사 중'이라고 공개 확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아무도 국기 문란이라고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가 '언론 등 부패 기득권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고 그 본질은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어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과거 자기들에게 불리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언론을 공격하던 사람들과 똑같은 행태다. 음모론적 시각에 파묻혀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이런 권력의 의중을 살핀 나머지 지엽말단인 이 감찰관 문제로 우 수석 의혹을 덮으려 하지 말기를 바란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검찰 수사 전체가 희극(喜劇)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