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엔 덩그러니 매트리스와 책장 하나뿐이다. 싱크대 상부장엔 그릇 몇 개 놓여 있다. 그 흔한 벽시계, 가족사진 하나 없다. SNS엔 요즘 '텅 빈 집' 사진들이 자주 목격된다. 그 많은 가구와 살림살이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왼쪽) 화성 사는 미니멀리스트 김희연씨 집 거실 풍경. 이사가는 수준으로 짐을 비워내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 / 김희연씨의 집 침실엔 침대와 작은 협탁, 전신 거울뿐이다 (오른쪽 위)

소비, 소유욕에 지쳐 '비워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 저자 조슈아 필즈 밀번은 "인생에서 넘치는 것을 없애고, 물건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미니멀리스트"라 정의했다. 철마다 사들인 옷과 신발로 가득 찬 수납장을 비운다. 수천 권 책들로 빼곡했던 책장을 솎아내고, 얼리고 쟁여놓은 음식물로 터져나갈 듯한 냉장고도 과감히 털어낸다. SNS에선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거나 버린 후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비워내기 프로젝트' '미니멀리즘 게임(물건 개수를 날짜에 맞춰 버리고 인증샷을 올리는 행위)'이 한창이다. 네이버 카페 '미니멀 라이프'는 생긴 지 2년도 안 됐지만 회원 수 3만명을 넘어섰다. 서점가에선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같은 책들이 스테디셀러에 올랐다.

쉬운 일은 아니다. 큰맘 먹고 산 가구와 전자제품, 인생에 길잡이가 돼 준 책, 추억 담긴 물건들을 버리기는 더더욱 어렵다. "망설이는 사이 35평형 집이 짐으로 가득차 15평이 돼 있더라"는 말은 격하게 공감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물건을 자신의 일부로 생각해 존재감을 느끼고 애착이 심해지면 비워내지 못하고, 버려도 불안해한다"며 "소유욕이 심하면 '저장 강박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의 저자 곤도 마리에는 조언했다. "'무엇을 버리느냐'가 아니라 '어떤 물건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싶은가'가 중요하다. '무엇을 남길까'에 중점을 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