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널'이 흥행 중이다. 재미는 물론 우리 사회의 미성숙함과 치부를 흥미있게 그려낸 것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 같다. 영화는 부실 공사와 전시 행정, 그리고 정치적·지역적 이기심을 겪어봤을 많은 이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 터널 안전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터널 붕괴는 얼마나 가능성이 있을까.
터널은 지상 구조물과 건설 방식이 아주 다르다. 건물은 재료를 더해 건설하지만 터널은 파서 덜어냄으로써 건설된다. 이는 큰 차이를 만든다. 지상 구조물은 태풍·지진과 같은 상황에 취약하다. 반면 터널은 굴착 중, 지지 부재를 설치하기 직전의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
터널의 형성 원리는 지반이 원래 가지고 있는 지지 능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굴착 후 암반에 볼트를 박고, 굴착면에 콘크리트를 뿌려 굳히며, 콘크리트 아치(arch) 벽체로 마감한다. 그때서야 터널은 취약한 고비를 넘기고 안정한 평형 상태에 도달한다.
일단 완성된 터널은 일부 시공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완공 후엔 운영 중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는 터널 붕괴사고 사례에서 확인된다. 현재까지 붕괴한 터널의 거의 모두가 공사 중 발생한 것이다. 운영 중 터널이 붕괴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특히 영화 '터널'처럼 운영 중 대규모 붕괴 사례는 아예 보고된 바가 없다. 2012년 12월 발생한 일본의 고속도로 터널 붕괴는 터널 내부의 천장부에 환기를 위해 설치한 슬래브 일부가 떨어진 것이지 터널 붕괴가 아니다.
터널은 아치 구조다. 이 구조는 자연 상태에서 가장 안전한 구조 형태 중 하나이다. 오래된 동굴이 여전히 남아 있고,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파괴된 폼페이에서 현재까지 원형이 제대로 남아 있는 구조물도 주로 돔형 아치 구조이다. 지진이 나도 터널은 지반과 함께 움직이므로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터널이 폭발이나 지진과 같은 재난 시 안전한 대피소로 이용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영화 '터널'이 소재로 삼고 있는 록볼트 부족 시공이 터널 개통 후 연속적이고 대규모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정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러니 운영 중 터널의 대규모 붕괴에 대한 우려는 씻어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