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사는 A씨는 지난 6월 부평구청으로부터 우편 한통을 받았다. 번호판 불법 부착물을 떼라는 ‘원상복구 명령서’였다.

A씨는 새 차를 산 뒤 이른바 ‘유럽형 번호판 스티커’라 불리는 장식 스티커를 번호판에 붙이고 다녔다. 유럽형 번호판 스티커는 EU나 독일, 영국 등 유럽 각국의 국기가 그려진 스티커로 한국 차량 번호판을 유럽 차량 번호판처럼 꾸며줘 차를 튜닝하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다.

포털 사이트에 ‘번호판 스티커’나 ‘번호판 가드’를 검색해보면 관련 제품만 수백에서 수천 개 찾아진다. 2000원에서 3만원에 이르는 가격대에 국기무늬 스티커부터 차량 브랜드 마크, 캐릭터 등 디자인도 다양하다.

문제는 이 번호판 스티커가 불법인지 여부다. 차량에 독일 국기 형태의 번호판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던 B(28)씨는 올해 초 24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B씨는 “차량번호를 가리는 것도 아닌데 왜 불법인 건지 모르겠다”며 “담당 공무원에게 따져 물었지만 법규정만 언급했다”고 말했다.

과태료 부과의 기준이 되는 관련법은 자동차관리법이다. 이 법 제10조 5항은 “누구든지 등록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그러한 자동차를 운행하여서도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을 어겼을 시에는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B씨 말처럼 차량번호를 가리지 않는 경우에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단속기관도 혼란을 겪고 있다. 본지가 단속을 담당하는 서울 시내 기초자치단체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본 결과 강남구, 동대문구, 마포구, 서초구 등에서는 번호판 부착 스티커에 대해 24만~3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었다. 하지만 강동구, 노원구, 양천구, 서대문구 등에서는 신고가 들어와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었다.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양천구의 담당 공무원은 “안전문제에 직결되는 것도 아니고 번호판을 직접 가리는 것도 아니라 법 적용에 애매한 구석이 있다”며 “(신고가 들어와도) 시정 안내문(권고)을 보내는 정도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강남구 측 담당 공무원은 “번호판에는 무언가를 부착하는 건 일체 금지되는 게 맞다”며 “번호판 스티커 부착을 허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번호판을 가리거나 반사 재질 같은 CCTV단속을 회피하려는 목적의 스티커도 횡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번호만 보이면 불법이 아니다’, ‘스티커는 불법이지만 가드는 불법이 아니다’ 등 사람들 사이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오가고 있다.

이에 대해 교통사고의 예방과 관련된 사업을 전담하는 교통안전공단 측은 ‘불법이 맞다’는 입장을 전했다. 교통안전공단 김성환 처장은 “관련 법이나 고시에서 정하는 자동차 등록번호판 규격에는 여백도 포함된다”며 “번호판 스티커나 가드는 여백을 가리기 때문에 번호판을 가리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