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승리였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수영의 주인공은 나란히 4관왕을 작성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1)도 '여자 펠프스' 케이티 레데키(19· 이상 미국)도 아니었다.
앤서니 어빈(35). 벌써 은퇴했거나 아니면 코치로 나서야 할 나이에 세계 수영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별난 인물이다. 16년 만에 금메달을 다시 따낸 최고령 수영 선수다.
어빈은 13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수영 50m 자유형 결승에서 21초40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 대회 우승자 플로랑 마노두(25· 프랑스)를 100분의 1초 차이로 따돌렸고, 팀 동료이자 훈련 파트너였던 나이슨 아드리안(28· 21초49)을 3위로 밀어냈다. 어빈은 "정말 믿을 수가 없다. 터치한 뒤 돌아보니 내 이름 옆에 '1'자가 있었다"며 감격적인 순간을 돌이켰다.
레데키도 "16년 만에 우승이라고. 내가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땄으니 2028년까지는 내게 없는 것이네"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무려 16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기까지는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19세이던 2000년 그는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했다. 이 종목에서 팀동료 개리 홀 주니어와 공동 우승한 그는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는 3년 뒤 홀연히 수영복을 벗었다. 수영에 지쳤고 인생의 또다른 의미를 찾겠다는 염세주의에 젖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빈은 금메달을 경매에 부쳐 1만7100 달러에 팔아버렸다. 그 돈을 2004년 발생한 인도양 쓰나미의 희생자들에게 보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따낸 400m 계영 은메달은 분실했다.
수영을 그만 둔 2003년 이후 8년간 이런저런 일을 하며 방황했다.
문신시술소에서 일했고 록밴드로 활동하기도 했다. 양 팔에 문신을 해 50m의 짧은 레이스 때 팬들의 눈에 잘 들어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향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한때 우울증으로 자살 기도까지 했던 정신적 혼란 속에서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학위를 받았다. 버클리에서 그는 어린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쳤고 이때 자신이 수영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빈은 2012년 런던올림픽 미국대표팀에 다시 발탁됐다. 12년 만에 출전한 올림픽에서 50m 자유형 5위를 했다.
그는 올해 초 자신의 모험을 그린 저서 '물을 좇아서:어느 올림피언의 엘레지(Chasing Water:Elegy of an Olympian)'에서 마약· 섹스· 모험 등을 진솔하게 터놓았다.
16년 만에 우승한 어빈은 "내가 무엇인가 위대한 것을 이뤘다면 모든 것은 그들이 나를 이끌어주었기 때문이다"며 가족과 친구· 동료들의 사랑을 꼽았다.
그는 한 가지 비밀을 터놓았다. 지난달 열린 대표팀 선발 때 아버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내의 출산을 지켜볼 계획이었지만 올림픽 준비 때문에 하지 못했다. 아직 딸도 보지 못했다.
딸 이름을 밝히지 않은 그는 "모든 게 번개 같다"며 이제 레이스가 끝났으니 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했다.
어빈은 "나이 때문에 무엇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패배가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인생철학을 이야기했다.
몸에 건 금메달이 16년전 때보다 편하게 보인 그는 "이제 잘 보관해야겠다"면서도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여운을 남겼다.